다민족국가라는 이름의 나라. 볼리비아.

사실 세상의 모든 국가는 다민족국가이다. 그러나 아닌 척한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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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이름의 정석.


아프리카 아디스아바바에서 한 국제 포럼이 있었다. 환경문제를 다루는 행사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행사장 로비에서 참석자들이 환담을 나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서로 물어본다. 이런 종류의 모임에서 가장 활발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미국인이다.


나는 국가들의 연합에서 왔습니다.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U.S.A. united state. 미 합중국입니다.

듣고 있던 한 사람이 나선다. 뭘 국가연합 정도를 갖고 그렇게 거창하게 말씀하십니까. 난 왕국들의 연합에서 왔습니다. 유나이티드 킹덤. UK. United Kingdom. 왕국들이 합친 나라는 영국밖에 없습니다.


대체적으로 나라 이름은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신생 국가들은 민주 Democracy , 공화 Republic 이런 단어를 많이 쓴다. 우리도 Republic of Korea이다.

중동은 스탄이란 단어가 많이 들어간다. 유럽은 리아로 끝나는 나라들이 많다.

이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라 이름을 짓는 정석이다.


그런데, 나라이름에 다민족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나라도 있다. 나라이름에 다민족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나라는 남미의 볼리비아가 아마 유일한 것 같다.

공식 이름이 Estado Plurinacional de Bolivia ‘볼리비아 다민족국가’이다.


얼마나 민족문제가 심각했으면 나라이름을 다민족국가라고 했을까. 볼리비아의 아픔이 나라 이름에서 느껴진다. 난 볼리바아를 여행하는 동안 이 다민족을 이해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지역감정이나 민족감정에 입각한 대립의 문제에 관한 해법이다.






다민족나라 볼리비아


볼리비아는 인구 약 1,200만 명이다. 약 60~70%가 원주민 계열이며, 나머지는 스페인 또는 혼혈이다

그런데 원주민 인디오계열의 민족이 무려 36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이 민족들이 개성이 강하다.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 그리고 전통을 포기하지 않는다. 당연히 민족 간의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2006년 정부는 헌법을 개정한다.

공식언어인 스페인어 이외에도 36개 부족의 언어를 모두 공식언어로 인정한다. 학교에서 스페인어 이외에도 부족언어를 가르치게 하고, 공문서에 스페인어와 고유언어를 병기하게 하였다.


그리고 나라이름을 다민족국가라고 바꾸었다.

모든 민족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나라의 구성원이 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통합과 공존의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볼리비아의 민족들


내가 알고 있는 스페인의 남미 정복과 통치의 역사는 스페인 시점이다. 스페인이 기록하고 전파한 기록이다.

현지인 인디오의 시점은 다르다.

원주민은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저항했고, 그 중심은 늘 볼리비아 민족들이었다.


1781년은 스페인이 1500년 즈음에 남미에 왔다고는 점을 감안하면 통치 약 300년이나 된 시점이다. 그때 볼리비아투팍 카타리 Túpac Katari가 이끄는 원주민들은 궐기한다. 진격하여 스페인 총독부가 있는 페루의 쿠스코를 포위한다. 무려 6개월이나 스페인은 도성 안에 고립된다. 스페인의 통치는 중단된다.


1780년에도 볼리비아의 부족들은 연대하여 저항했다.

최대 민족인 케츄아와 아이마라족이 연합하여 스페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일제 강점기는 고작 30여 년이지만 그 기간동안에 한 반도에서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민중의 무력 봉기가 거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볼리비아의 부족들은 강인했다. 대단한 민족들이다.

잉카가 남미를 통일했을 때도 볼리비아의 일부 부족들은 잉카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끝까지 저항하고, 잉카의 언어 종교 문화를 거부했다.






다른 나라들은 다민족국가라도 다민족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사실 모든 국가는 다민족국가이다. 그러나 다민족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국내 민족갈등을 공식화하지 않는다. 그냥 어물쩍 넘어간다..

그런 점에서 다민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볼리비아의 정치적 실험정신은 국제사회의 관심거리이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다민족의 구조가 현대산업사회로의 진입에 장애임은 확실하다. 부족들은 끊임없이 근대적 국가개념으로 부터 독립 또는 더 많은 자치와 권리를 요구한다. 정치는 불안하다. 스페인계 소수 엘리트와 다수의 원주민과의 관계. 헌법상 권리는 있지만 그를 집행할 행정적 능력이 부족한 민족자치 등등은 남미에서 민주주의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우린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우리를 강하게 했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다민족국가. 다양성에 권리를 부여하는 정치는 아직도 실험 중이다.

라파즈 산프란스시코 광장을 지나면서 나그네는 우리의 다양성. 진보와 보수의 타협모르는 대립을 떠 올리며 우리도 나라이름을 바꾸어야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가, 그냥 피식 웃는다.









13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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