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여행자는 속아주고, 바가지도 써 주어야 한다. 다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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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나라 인도.

뭄바이를 비롯해서 인도의 몇 개 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다.

거기서 난 인도의 질서를 보았다.


인도의 대도시 도로들은 정말 교통수단이 다양하다.

버스, 뭄바이는 시내에 이층 버스도 다닌다. 덩치가 큰 버스는 물론이고, 미니버스, 오토바이를 개조한 릭샤. 삼륜 자전거, 택시들은 물론이고 가끔은 많은 물건을 실은 손수레에 우마차까지 같은 도로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모든 교통수단들이 물 흐르듯이 함께 흘러간다.

교통경찰이나 신호등 또는 cctv가 모든 거리에 다 있지 않다. 그래도 교통은 유지된다.


그 도로의 한쪽엔 노점상도 있다. 거리음식점들도 있다.

그 사이를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은 길을 횡단하기도 한다. 차와 사람사이에도 규칙이 있다. 그래서 횡단보도가 없어도 사람은 차도를 건너갈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안다.

만일 질서나 규칙이 없다면 이 다양한 교통들이 도로를 함께 이용할 수 없다.

나그네가 보기엔 무질서이지만.

그들 사이엔 질서가 있다.그리고 모두 그 질서를 지킨다.


인도인들은 잘 산다. 그 혼잡한 교통상황에서도 매일 일상생활을 한다. 출퇴근하고, 등하교하고, 주말을 즐기기도 하고,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한다. 나그네는 그 질서를 모르니까 혼돈이고 무질서이고 사람 살 곳이 못되고, 인도여행은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허와 실

바가지. 사기. 참 교육 이런 제목의 유튜브는 조회수가 높다.

내용은 대체적으로 툭툭이나 택시를 탔다가 바가지요금을 달라고 해서 싸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상황은 전제가 있다.

여행자가 현지인과 같은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외국인이나 여행자는 현지인을 위하여 설정된 요금을 내야 한다던가. 또는 여행자가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현지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내면에 깔려 있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현지인과 동일하지 않은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 사기이며, 차별이라는 것이다.

맞는가?


아니다. 세상에 여행자에게 현지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는 나라는 없다. 또는 여행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나라도 없다.


유럽의 많은 관광지가 입장료가 이원화되어 있다. 현지 주민은 싸다. 외지인은 비싸다.

미국의 많은 퍼블릭 골프장의 이용료가 현지 주민은 아주 싸다. 여행자를 포함한 외지인은 비싸다.


우리나라 호텔요금이 일 년 내내 똑같지 않다.

성수기엔 비싸다. 터무니없이 비싸다.

해외 패키지여행의 노옵션 노쇼핑을 믿는 사람은 없다. 비행기 타고 현지에 도착하면 가이드는 딴 소리한다. 서울에서 지불한 여행경비보다 더 많은 옵션비를 요구한다.

유럽이나. 미국이나. 호텔이나 여행사를 사기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서서 참교육하지 않는다.


인도니까. 이집트니까. 거기에서도 가장 약자인 인력거 택시기사니까. 하루 만원도 못 버는 사람들이 천 원 정도 더 요금을 달라고 한다고 사기라고, 경찰 부르고, 싸우고, 고함친다.

일부이지만 유튜버가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 나라망신 시키기도 한다. 조회수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에 가서는 말도 못 하면서, 불쌍한 동남아 하층민에게 참교육했다고 한다.







여행자는 본래 그렇다.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차를 대절했다. 그리고 그 차를 타고 쓰촨 성에 갔다. 한 20년 전 일이다.

우리로 치면 도 경계를 넘은 것이다. 경기도에서 강원도에 간 것이다.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누가 차를 긁었다. 누가 보아도 일부러 긁은 것이다.


운전기사는 담담하다. 그 차는 번호판이 후난성 번호판이고 여기는 쓰촨 성이라는 것이다.

남의 동네에 와서 얻어맞지 않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왕세자는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했다가 암살당한다.

예루살렘을 여행하는 유럽의 나그네들이 자꾸 가는 도중에 변을 당한다. 십자군이 출동한다.

한양으로 가는 길에 인적 드문 고갯길을 지나가면 산적들이 나타나서 나그네의 봇짐을 털어간다.


여행은 위험하다.

여행이 본래 그렇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여행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속아주고, 손해 보고, 더 주어야 한다.

멕시코를 여행 할 때이다. 택시를 탔다. 멕시코시티의 우범지역이다. 늦은 밤이다. 길이 막힌다. 택시는 골목길에 멈춰 서 있다. 누군가 택시 문을 열고 권총을 들이 밀 것 같다.


택시기사에게 50페소 지폐를 내밀었다. 3천 원 정도이다. 번역기로 말했다. 수고한다고, 작은 돈이지만 감사의 표시라고...

택시기사는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번역기로 나를 안심시킨다. 걱정 말라고, 누가 들이대면 자신이 막아준다고, 동양인에게 팁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작은 일에 마음을 빼앗기면 여행이 불편해진다.

여행도 인생도 품격이 있다.


사기를 당하든, 속든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인생이 즐거워야 하듯이...








20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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