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관문인 엘 칼라파테는 외롭다. 산 벌판 바람이 전부이다.
바람과 얼음의 도시 엘 칼라파테.
파타고니아
바람의 혀가 핥다
침묵의 얼음
-Chatgpt가 지은 짧은 시 '파타고니아'.
공항은 작다.
비행기 문이 열리면 계단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캐리어를 끌고 걸어서 터미널로 가야 한다.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가 간이역에 내리는 기분이다.
나그네는 직감한다. 여기가 끝이다. 돌아갈 수 없다.
지도가 멈추는 곳이다.
쓸쓸한 대 평원을 따라서
고요가 바다처럼 출렁인다.
미니버스는 승객을 싣고 떠난다.
공항을 나서면 거긴 갈색이다. 누가 나에게 도화지 한 장과 갈색 물감 한 개만 준다고 해도 난 그 풍경을 다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벌판. 평원. 광야. 표현은 달라도 색깔은 같다. 갈색이다.
버스가 달리면 뿌옇다. 먼지도 갈색이다.
버스가 처음 정차하는 곳은 버스 터미널이다.
한산하다. 거기에 몇 명이 내린다.
그 터미널에서 그들은 아마 몇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이 평원을 가로질러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버스는 엘 칼라파테 시내로 들어선다.
시내는 작다. 인구 2만 명 정도의 도시이다.
버스는 이 시내를 돌며 승객들을 호텔에 내려 준다.
호텔 창문을 열면 바람이 분다.
바람은 빙하에서 온 것이다. 찬 바다를 건넌 바람은 나의 창문 앞에서 소리 내어 운다.
창문에 보이는 것은 산이다.
멀리 보이는 하얀 산
그리고 들리는 것은 바람이 우는 소리이다.
그래서 나는
산이 울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파타고니아.
여기 대 평원의 고독은 안데스 그 높은 곳에서의 고독과는 색깔과 무늬가 다르다.
파타고니아 그리고 그 관문인 엘 칼라파테는
고독하다.
차갑고 바람이고 침묵이고 오열이다.
왜 낮은 곳의 고독은 높은 곳의 그것보다 강렬할까. 적막 때문이다. 산소리가 여기엔 없다.
바다와 벌판과 빙하와 찬 바람뿐이다. 절망적이다.
난 여기서 어떻게 몇 날을 버텨낼 것인가.
파타고니아.
지구의 남쪽 끝엔 벌판이다. 산이 아니라 벌판이다. 벌판은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나도 그렇다.
21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