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미는 왜 폭삭 망했을까.

정말로 남미는 정부의 과도한 복지와 국민의 게으름 때문에 망했나.

by B CHOI


9.jpg
10.jpg


산유국의 꿈.

기름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두바이를 꿈꾼다.

석유가 나오면 국민이 잘 살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가 개발자금이다.

유전 개발은 엄청난 돈이 든다. 우선 지구과학적으로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석유의 품질이 어떤지도 알아내야 한다. 파이프라인으로 송유가 가능한 연질유 혹은 경질유인지. 너무 끈적끈적한 중질유 인지도 봐야 한다.

석유가 지하 동굴 같은데 고여 있는지, 아니면 모래랑 섞여 있는지. 또는 진흙처럼 흙이랑 범벅인지도 중요한다.


일단 시추에 성공하고 경제성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유전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고, 관련 회사들이 입주할 건물도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그 도시에 상하수도 냉난방등의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원유를 실어 나를 탱크트럭들이 있어야 하고, 파이프라인이 있어야 한다. 도로도 만들어야 하고 철도도 깔어야 한다.

수출하려면 항구가 있어야 하고, 그 항만은 적어도 20만 톤 이상의 대형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개발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신흥국이나 저개발국가는 돈이 없다.





빚내서 장사하다.

결국 돈을 빌려야 한다.

이렇게 큰돈은 빌리기가 쉽지 않다.

유럽자본. 미국자본. 걸프만의 오일머니. 터키를 중심으로 한 무슬림자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자본 등이 주요 돈줄일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돈을 공짜로 빌려주는 곳은 없다. 이자를 줘야 한다.

이자만 줘서 끝나지 않는다. 담보도 제공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그렇다. 나쁜 돈 투자받았다가 사업이 잘 되면 회사 빼앗긴다.

돈 빌려올 때 이미 많은 것을 내어주게 된다.




석유가 콸콸 나온다.

이제 팔아야 한다.

석유는 국제시장에서 맘대로 팔고 사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준은 영국 북해산 브랜트유, 두바이 중질유. 미국 서부 택사스유 이다. 결국 이 나라들이다.

기름 못 팔면 적자만 쌓이게 된다. 국제 암시장에 헐값으로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석유의 저주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이다.

산유국인데 가난하다. 정부가 돈이 없어 경찰과 군인을 충분히 고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치안확보가 잘 안 된다. 정권은 늘 불안하다.


빚이 많다. 자원개발에 빚내서 투자했다. 그런데 그 자원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이지 생산자가 아니다.

모라토리엄. 부채를 못 갚겠다고 결국 배를 내밀게 된다.

돈 빌려준 국가들의 지위는 더 강화된다. 빌린 돈 못 갚으면 죄인이다. 우리도 IMF때 그랬다.


이런 나라들이 의외로 많다. 산유국이 되고 나서 가난해지고 정치와 사회가 불안해진다.

남미 에콰도르. 아프리카 이집트. 나이지리아. 수단 등등 이외에도 많다. 이를 자원의 저주라고 한다.


나는 아프리카의 자원개발을 옆에서 구경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한 나라는 석유를 발견하고도 도로 덮어 버린다. 그리고 석유는 없다고 공식 발표 한다.

남미처럼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미의 눈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는 남미의 OECD회원국들이다.

아르헨티나뿐이 아니다.

남미도 화양연화가 있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부자나라들이었다. 유럽인들에게 남미는 꿈의 동산이었다. 실제로 이민이 줄을 이었다


공교롭게도 남미의 몰락은 미국의 성장과 관계를 보인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을 격었다. 그 회복기가 남미의 성장이 멈춘 시기와 비슷하다.

이차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초 강대국이 된다. 브래튼 우드 협정으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다.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을 폐지한다.

이런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남미경제는 곤두박질친다.


남미의 주요 수출품은 일차 또는 이차산업이다. 자원과 농산물이다.

그걸 팔아서 비싼 가공품을 수입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다이소에서 3천 원 하는 컴퓨터 유선 마우스가 아르헨티나에서는 만 5천 원이 넘는다. 남미 물가가 만만치 않은 이유이다. 수입품이라서 그렇다.






부의 총량의 법칙

많이들 쉽게 말한다.

퍼주기의 복지와 게으른 국민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복지의 개념이 우리랑 다르다. 예를 들면 구리를 팔아서 돈을 번다. 그런데 구리는 자연의 선물이다.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그래서 그 구리를 판 돈은 어느 개인이 갖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온 국민이 나누어 갖는 게 당연하다.

그 과정이 복지이다.


정부의 퍼주기와 게으른 국민. AI도 그렇게 대답한다. 어쩌면

남미의 현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일지 모른다. 서방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엔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일까. 부에도 그런것일까

한 나라 또는 세계에는 부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부자가 되기 위하여는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 것일까.

오징어게임처럼 남의 것을 빼앗아야 내 것이 증가하는 것일까.


난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나그네는 건방지면 안 되는데. 알면서도 파타고니아 그 쓸쓸한 평원을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된다.


세상은 시이소오 같다.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간다.

모두 함꼐 잘 사는 세상은 정말 요원한 것일까.


남미여. 파타고니아여.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22 Feb 2025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남극으로 가는 마지막 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