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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외버스에는 노약자우대석이 없다.

남미의 경로사상은 고무줄이다. 제도나 법이라기보다는 눈대중이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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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예수상 매표소에서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예수상에 올라가기 위해 매표소에 도착했다.

줄이 길다. 날은 덥다.

인터넷 정보로는 매표소에서 출발해서 예수상에 도착하기까지 평일에 두 시간 이상 걸린다.


내 앞에 한국인 노 부부가 줄을 서 있다.

그 줄은 입장권을 사기 위한 줄이다. 입장권을 사고도 또 트램을 타야 한다. 길은 멀다.


그 한국인 부부는 불만이 많다.

분명 65세 이상은 경로우대라고 한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71살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우대 대상인데. 줄을 서는데도, 표를 사는데도, 입장하는데도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여권을 보여주고, 규정을 말해도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그냥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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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출국심사대 앞에서

부에노스 아이리스에서 이과수 가는 비행기를 탈 때이다.

공항에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출국심사 하는 길도 그리 길지 않았다.

줄을 서 있는데

공항근무 공무원 인듯한 사람이 나와 내 앞의 한 부부에게 줄에서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 공무원은 따라오라고 한다.

경로우대라고 한다. fast track이다.


나이를 확인한 것도 아니다. 여권을 보지도 않았다.

그냥 눈짐작으로 우대하는 듯하다.

그 유럽인 노부부는 나에게 어깨를 들어 올리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난생처음 이런 대접을 받았다고 쑥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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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노약자석이 없다.

멕시코시티에서 피라미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는 완행이고 여러 정거장을 지나갔다. 관광객은 나 혼자이고 모두 지역사람들이었다.


정거장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탄다. 장날 장구경 가는 분위기이다. 노인들이 깔끔하다.

앞자리부터 젊은이들이 일어난다.

결국 버스 앞부분은 자연스레 경로우대 좌석이 된다. 일부러 찾아보았다. 낡은 버스 안에는 어디에도 경로 또는 노약자자리라는 표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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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노약자 우대

한 달 남지 여행한 짧은 경험으로

남미의 경로사상과 그 제도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짧은 경험으로 내가 내린 결론이다.

기준이 없다. 맘대로 우대이다. 고무줄이다. 사람에 따라서 들쭉날쭉하다.


남미의 경로, 노약자배려는 제도나 법보다는

눈대중의 느슨함 또는 자발적이 그 기조인 듯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우대이고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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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남미에서 서울이 생각난다. 비교된다.

우린 고궁이나 지하철이 우대이다. 신분증만 제시하면 된다. 제도이다. 확실하다.


그러나

지하철에 임산부만 앉아야 하는 임산부석이 비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누가 봐도 가임상태가 아닌 분들이 뻔뻔하게 앉아 있다. 또는 경로석이 아닌 다음에는 노인에게 자리를 잘 양보하지도 않는다. 노인보다 잽싸게 자리를 차지하는 젊은이도 많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우린 지하철에 노인 비중이 높고, 근본적으로 버스나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너무 많기는 하다.

또 앉을 권리도 있긴하다. 강제하기 어렵다.




제도적 윤리적 경로와 눈대중 자발적 경노의 실효성은 충분히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회에 대한 고리타분한 유교적 평가가 아니라.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여백. 마음의 여유이기 때문이다. 그 넉넉함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남미와 서울에서 그런 비교가 성립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 사견이다.

사회적 강제와 자발적인 것의 차이.








03 May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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