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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남미의 인종차별

남미에도 인종 차별이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여행의 일부이다. 즐겁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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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데 누가 날 보고 '헤이 차이나' 하고 부른다면 그것이 인종차별인가?

그건 말꼬리에 달라서 다르다.

말꼬리가 올라가면 아니다. 인종차별이 아니다.

말꼬리가 내려가면 그렇다. 인종차별이다.


차이나? 하면 묻는 말이다. 너 중국사람이니? 하는 질문이다.

차이나! 하면 인종차별이다. 우리가 중국인이 지나가는데 짱깨 하고 부르는 것과 같다.


칠레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부터는 눈에 띄게 동양인을 무시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상업지역을 걸어가는데 여지없이 누군가 나에게 헤이 차이나! 하고 부른다.





엘 칼라파테에서 모레노 빙하에 가는 로컬 투어에 합류했다. 일행은 10명 정도였다.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유럽 또는 남미인들이다. 인솔자는 독일어를 비롯해서 영어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독일 이민자 2세였다.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투어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여행 내내 하루 종일 스페인어 90% 영어 10%였다. 고객관리에서 나는 소외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무시당했다. 느낄 수 있었다.


우수아이아의 유명한 대게 식당이다. 한국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식당은 대개가 주종이다. 대개가 품절이라고 털개를 먹으라고 한다. 털게는 더 비싸지만 작고 살이 없어 먹음직스럽지 않았다. 다른 스페인어 손님에게는 미소 지으면서 맛있는 대게를 서비스한다. 저 사람은 대게를 주고 왜 나에게는 없다고 했느냐고 따져도 못 알아듣는 척한다.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다. 동양인들에게 대체적으로 그렇게 한다.

때론 동양인이 식당에 오면 주문을 받지 않는다.

웨이터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눈이 마주쳐도 못 본척한다. 우리 식당에 오지 말라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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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는 인종이 순수 스페인계가 20%. 순수 원주민이 20% 그리고 혼혈이 60-70%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남미 사람의 70%는 자신들이 유럽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유럽인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다. 다른 인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남미에서 원주민 지방자치 조직과 함께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인디오 원주민들에게도 우월주의가 있다. 동양을 무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들이 자신이 무시당하는 줄도 모르고 무시당한다. 옆에서 보면 그렇다.

여행자가 현지 물정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리고 남미는 근본적으로 여행자를 위하 나라가 아니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말도 못 하고 예절도 모르는 동양인이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이고 무시하면 그건 나쁜 짓이다. 범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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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뿐 아니다. 세계적으로 그렇다. 아시아 인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인들이나 중동인들도 아시아인을 존중하지 않는다. 유럽인이 1등, 자신들이 2등 그리고 아시아를 3등으로 본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일부이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다. 대부분 친절하고 다정하다.


여행자가 무슨 특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집 나서면 고생이다.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다. 즐길만하다.


나는 남미인들을 최대한 존중해 줌으로 나도 동일한 대접을 받으려 노력했다. 그것이 효율적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내가 뭘로 보나 너한테 무시당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는 반성한다. 내 마음속에도 또 다른 인종차별이 살고 있지는 않은지....







03 Ma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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