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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삼바축제에서 나는 울었다.

비장하게 아름다웠던. 노래라기 보다 절규였던. 그 저항과 시대정신.

by B CHOI


삼바축제는 두 개의 트랙이 있다.

하나는 해변이나 도심광장 또는 마을 공터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즐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식적인 행사이다.

시민들이 즐기는 것이 형식이 없는 자발적인 것이라면,

공식적인 행사는 퍼레이드형식이며 관 주도형이다.


흔히 방송이나 인터넷에 소개되는 화려한 축제는 모습은

삼바 퍼레이드 그 행사의 현장이다.


삼바 퍼레이드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삼바 전용 공간인 상파드롬(Sambadrome)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12개의 삼바학교 학생들이 일 년간 준비한 퍼포먼스를 차례로 선 보인다.


행진은 밤 10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새벽까지 계속된다.

행사장은 길이 570미터의 통로가 있고, 그 양쪽으로 관객을 위한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다.

각 퍼레이드 팀들은 이 통로를 따라 행진한다.

각각의 주제를 부각한 설치물과 무희들이 화려한 음향과 비현실적인 조명 속에 이 공간을 통고한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객은 흥분한다.

소리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떼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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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삼대 축제라고 한다.

나는 세계 90여 개 나라를 여행하며 정말 많은 축제를 보았다.

축제는 문자 그대로 祝祭, 축하하는 제사이다. 그 근본엔 자발적인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며, 종교적이어야 한다. 마을의 공동체의식이 축제의 기원이다.


삼바가 탱고와 다른 것은 일인무이다.

탱고가 둘이 추는 춤이라면 삼바는 혼자 추는 춤이다. 두 다리의 움직임이 현란하다.

삼바는 억압받던 시절 발생한 춤이다.

비상구라고는 없는 극한의 상황. 노동하거나 죽거나. 빼앗기거나 없거나 그 침략자들의 무자비한 수탈에 죽지 못해 사는 그 인생들이 만들어 낸 춤이다.

뺴앗긴 벌판에서, 이삭도 남지 않고 다 털린 밭에서 혼자 추던 춤이다.

죽지 못해 추던 춤이다.


삼바는 저항이다.

너는 때려라 나는 추리라.

죽을 수는 없어도 춤은 출 수 있다.

이글거리는 눈 빛으로, 불타는 남미의 그 불타는 태양을 향해 온몸으로 울었던 울부짖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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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노래는 슬픔이다. 한이다.

떠나가고 오지 않는 사람들. 그 실종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삼바축제의 퍼레이드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왜곡된 역사. 노동문제. 인권문제. 국제적 불균형문제. 성 소수자의 인권. 박해받는 자들의 비극. 자유. 등등이다. 퍼레이드가 구성하는 주요 주제이다.


남미를 가난하거나 미개하거나 저 개발로 본다면 그것은 정말 서구 열강이 바라는 바이다.

남미는 무식하지 않다. 단세포적이지 않다.


삼바 축제가 노라리판이라고, 마약과 무질서와 혼란과 치안이 부재한 야만적인 놀이라고 믿는 다면 서방이 주도하는 AI에 너무 깊이 빠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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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리카에서 보았다.

밀림과 사막과 질병과 혼돈과 가난과 그런 망가진 대륙은 세상에 없다.

아프리카는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안전하고 풍요롭다. 미국 뉴욕보다 안전하고, 파리보다 치안이 좋다.


남미의 축제는 그 화려함만 보았다면 반만 본 것이다.

그건 남미의 힘이다. 저력이다. 사상이고 철학이다. 공동체이며 미래이다.


그 축제를 기회로 단합하는 시민들. 그 시민들이 만드는 질서. 그리고 축제에 녹아 있는 남미인들의 역사와 시대정신, 예술이 된 저항정신.

남미는 남미이다.

참 남미스럽다.

그중에 으뜸이 삼바 축제이다.

리우 카니발.


난 거기서 즐거움보다 슬픔을 보았다. 그래서 울었다. 즐겼다기 보다는 가슴이 아렸던 기억이다.







02 Ma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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