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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악마의 목구멍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by B CHOI


폭포는 가른다.

폭포를 사이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나뉜다.

폭포는 브라질이 그리고 인프라는 아르헨티나가 더 좋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지만 폭포 만으로 놓고 보자면 브라질이 더 좋다. 그러나 숙소와 즐길거리는 아르헨티나 쪽이 버라이어티 하다.


폭포는 넓다.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가야 한다.

날은 덥다. 정말 덥다.


늙은 나그네에겐 버겁다.

한나절을 못 버티고 작전상 후퇴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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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목구멍.

그 소름 끼치는 잔인한 이름의 물줄기 앞에 선다.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물들의 움직임이다.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는가. 혹은 물 흐르듯이 살라는. 또는 물은 인생을 정화한다는

그런 철학과 종교의 가르침은 여기선 잊어야 한다.

물은 그런 게 아니다. 작은 물줄기 좀 보았다고 물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하면 물에 대한 모독이다.


어마어마하다.

숭배의 대상이다. 그냥 엎드려 절 해야 한다.

몰도 화나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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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다.

남미를 통 털어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본 것은 처음이다.

관광객 가운데는 가족 모두가 총 출동한 가족들도 많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가족이 함께 여행한다.

남미의 가족 중심 문화이다.


아주 가끔 나처럼 홀로 여행자도 있다.

특징은 다른 사람과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게 두려움인지 아니면 방해받지 않고 싶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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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이다.

폭포의 끝엔 무지개가 핀다.

일 년 열두 달 거긴 무지개가 핀다.


폭포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른다.

한 줄기의 무지개.


그 무지개를 위하여 물은 멀리서부터 그렇게 요란하게 달려와서

여기서 아우성을 치며

포말로 물 위에 연기처럼 사그라지는지도 모른다.




난 여행의 끝자락에서

한 달간의 길고 고독한 구도의 길 같았던 남미여행의 막바지에

여기 이과수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02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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