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 뭘 하라고만 했지, 놀라고 하지 않았다.
탱고와 삼바의 차이
삼바축제는 2월 말에서 3월초에 열린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쌈바 리듬이 지천이다. 축제이다.
딴딴 딴딴. 이건 삼바이다.
딴 따라란 딴 따라란. 이건 탱고이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그네라도 축제기간에 남미를 여행하다보면 탱고와 쌈바는 구분할 줄 알게 된다.
브라질이 그럴 줄 몰랐다. 포르투갈이 스페인과 그렇게 다를 줄 몰랐다.
축제기간 동안 브라질 수도 리우 데 자네이루는 모든 것이 축제이다.
관공서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 도시에서 일상은 지워지고, 그 시간과 공간은 축제로 가득차게 된다.
시도 때도 없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밥을 먹어도, 술을 마셔도, 길을 가도 그냥 축제이다.
사람들은 즐긴다.
이방인이 보기엔 별것도 아닌데 매우 즐거워 한다.
축제가 어디에서 따로 열리지 않는다.
온 도시가 그냥 축제이다.
정말 경제적으로 즐긴다.
시민들은 축제라고 돈이 들 일이 없다. 심지어 지갑이나 가방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축제 복장은 근본적으로 안 입는다.
옷을 최소한 만 입는다. 의상비가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노출된 곳에 물감을 칠한다.
축제가 컬러플 해진다.
축제는 별거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모인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동료끼리 모르는 사람끼리 그냥 모인다.
광장도 좋고 해변도 좋다. 마을 골목길도 좋다.
만나면 웃는다. 노래한다. 춤을 춘다.
사상도 철학도 인생관도 없다. 그냥 음악이 있으면 몸을 흔들고, 사람을 만나면 입을 맞춘다.
폭력 퇴폐 낭비적 등등의 기존 리우 축제에 대한 선입견은 모두 버려도 좋다.
열정 낭만 그런 단어도 맞지 않는다.
그냥 쉼표인 것 같다.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 일년에 한번 축제를 빙자해서 일탈을 즐기는. . .
우리도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문득 우리의 할로윈이 생각이 난다.
늙은 나그네는
미안하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
기대하고. 권고하고, 훈계하려만 했다. 우리의 청춘들에겐 축제가 없다.
축구 거리응원에 열광하는 것도. 할로윈에 골목이 막히도록 몰리는 것도. 그들의 비상구가 없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함께 모여서 밤새 떠들고 노래하며 춤추는
젊었거나 혹은 늙었거나. 진보이거나 혹은 보수이거나, 부자이거나 혹은 가난하거나. 남자이거나 혹은 여자이거나, 모두 하나가되어 즐기는 축제가 우리에겐 없다.
지자체가 주관하고, 야시장과 각설이와 이동식당의 돈벌이 행사인 지역 축제 말고,
온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가 우리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
우리에겐 그런 놀이터가 필요하다.
02 Ma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