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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서 파는 것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리스에 있다.

by B CHOI

종이 책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책이 테마가 되는 곳들이 있다.


산자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산속에 나무로 만든 집이 있고, 그 집이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곳이기도 한다,

스페인 세비아에서 꼭 가야 할 곳 가운데 서점 카사 델 리브로가 빠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서관은 어디에?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산페에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어디인가?

난 우리의 서울 삼성동에 있는 서점도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그것은 남미 아르헨티나라고 한다.





남미 부에노스 아이리스에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프렌디드 El Ateneo Grand Splendid 서점이

그 서점이다.

위대한 아테네움. 지혜가 꽉 차 있는 공간. 배움과 사색이 있는 곳. 팡세로 떠나는 오솔길이다. .

모자이크처럼 혹은 퍼즐처럼 작은 책 조각들이 서점을 점점이 구성하고 완성한다.


서점 건물은 본래는 극장이었다. 1919년에 그랜드 스프렌디드 극장으로 Gran Splendid Theatre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00년에 서점으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웅장함이 있다. 천정에 벽화가 있고, 객석인 발코니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공간도 있다.




동양인은 한국과 중국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좀 그렇다.

공공장소도 아니고 민간 영업장이다. 우르르 몰려와서 사진 찍고 화장실 가고, 이거 저거 만져보고 막무가내로 수다 떨고 그리고 우르르 몰려 나간다.

똑같다. 한국어와 중국어만 다르지 똑같다.


고맙다거나 아니면 작은 소품하나 사 주는 여유. 또는 책 고르거나 읽는 현지인을 방해하지 않는 예절.

왜 우린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 가면 기가 죽어 말도 못하면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만 가면 그렇게 용감해 지는 걸까.

조만간 한국인 출입금지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팍 든다.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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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있다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리스서 난 나는 헌 책방은 물론이고, 헌책 노점상들도 보았다.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책을 읽는다.


그런 영화가 있었다. 남과 여가 서점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다가 서로는 찾는 책이 유사함을 발견한다. 그 유사함은 쉽게 애정으로 발전한다. 다른 유사성보다 두 사람의 장기적 관계에 도움이 된다.


책의 즐거움.

책은 상상하게 만든다. 동영상은 감상하게 한다. 화면의 디테일에 빠져들게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빠져 들게 한다.

그러나 책은 생각하게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엔 동영상

생각하며 즐기기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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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동묘에 가야 LP판을 볼 수이다

여긴 신간 레코드 판을 파는 곳이 있다. 전축의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레코드 판을 지금도 제작하고 유통하고 즐긴다.

진공관의 앰프와 다이내믹 스피커의 그 호사를. 우린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꿈도 못 꾸는 그 행복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겐 아직도 그냥 일상이다.


나른한 오후에, 베란다 문 열고, 야자수 사이로 바람이 불면

전축에 판 올리고, 그 아날로그 깊은 소리 들으며 맥주 한잔 마시는 거.


그 레코드 판을 서점에서 판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서.






아르헨티나는 지적인 나라이다.

국민 1인당 서점수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도 여기에 있다.

부에노스 아이리스. 공기만 아름다움이 아니다. 사람도. 책도. 서점도 아름답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뿌리 깊은 저항의식. 독자적 세계관. 뚜렷한 인생관은

어쩌면 그들이 읽은 책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02 Ma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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