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은 독창보다 나중에 생겼다.
음악은 고급스러운 예술이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제한된 장소에서 특별한 사람들만 모여서 즐길 수 있었다.
합창은 독창보다 나중에 생겼다.
분명 오케스트라가 나중이고, 바이올린 독주가 먼저이다.
한 사람이 노래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노래라면 소리가 커진다.
멀리까지 소리가 간다.
바이올린 독주는 멀리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대의 바이올린이 연주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음악의 대중화는
합창이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준 선물이다.
그러나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거기가 극장. 테아트로 클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테아트론은 무대에서의 사소한 움직임이 객석 끝까지 전달된다.
테아트로 클론은 공연이 없는 날은 일반인에게 내부가 공개된다. 유료이고 예약을 해야 한다.
극장구경은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언어가 있다.
내가 극장에 가던 날은
오페라 아이다의 준비였다.
실내조명은 모두 꺼지고, 몇 명이 무대에 올라가 이것저것 점검하고 있었다.
나는 맨 뒷자리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무대 위에 선 사람의 목소리가 거기까지 들린다. 정확하게 들린다; 메아리도 없다.
만일 무대 위에 한 사람의 여가수가 노래를 하거나. 한대의 바이올린이 연주를 한다 해도 결과는 마차가지 일 것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다 들린다
멀리서도 들린다.
굳이 가수 여러사람이 또는 악기가 여러대 동원이 될 필요가 없다.
이런 극장이 세상엔 몇 개 있다고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티아트로 클론은 세계 4대 극장 가운데 하나이다.
건축물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완벽에 가까운 음향 구조 때문이다.
큐피드와 비너스의 속삭임
극장으로 들어가려면 로비에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계단을 오르면 공연장입구에 한 조각상이 있다.
여성은 앉아 있고. 어린 남자아이가 발 뒤꿈치를 들고 서서 그 여성에게 귓속말을 한다.
남자는 규피트이고 여성은 비너스이다.
사랑의 신 큐피드가 아름다움의 신 비너스에게 귓속말을 한다면
그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또는 그 내용은 무엇일까.
큐피드가 저토록 애절하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었이었을까.
극장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오벨리스크에서 멀지 않다.
극장을 다녀온 이후로도 난 부에노스 아이리스에 3일을 더 있었다.
그 3일 내내 나는
극장의 고급스러움과 비너스와 큐피드의 대화.
그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예술은 조금 고급스러워도 괜찮다.
28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