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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망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남미 가운데서도 가장 남미스런 도시이다. 몬테비데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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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 비데오에서

나는 한 송이 국화꽃을 보았다.

너의 목소리는 도시의 소음보다 낮고,

너의 향기는 내 마음의 속삭임 보다 깊다.

몬테비데오에서. . .


몬테 비데오는 한가하다.

오전 11시는 넘어야 독립광장 주변의 카페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중심가 상가들도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슬며시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문을 열고도

상가 주인은 낮잠을 잔다. 주인이 낮잠을 자면, 상품 진열대 한 구석에서 고양이도 함께 낮잠을 잔다.


한가하다. 평화롭다.

세월이 멈춤만 같다.

사람들은 다정하다.


광장에 서 있으면 바람이 분다. 바람에 코를 대면 바다 냄새가 난다.

언덕을 내려가면 거긴 바닷가이다.

바닷가는 광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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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가는 길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있다.

인구 300만의 작은 나라이다. 영토도 작다.

큼직큼직한 나라들도 살아남기 어려웠던 남미에서, 이렇게 작은 나라가 어떻게 독립을 하고 국가를 보존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부에노스 아이리스에서 배를 타면 금방이다.

배는 부두에서 떠난다.

부두는 늘 붐빈다.

새벽부터 우루과이로 가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선다.


남미에서 가장 부패하지 않은 정부를 갖고 있다.

한때 남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몬테비데오에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아와 경쟁하는 상업도시였다.

지금도 남미의 우등생이다. 안정적인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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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라운드의 기억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는 기존의 국제 무역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WTO체제가 출범했다.

벌써 30년 전이다.


난 사실 우루과이 라운드를 잘 모른다.

그때 서울 도심을 달구었던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시위의 기억이 더 강하다.

관세장벽을 낮추고, 세상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려는 시도와

그 국제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의 화두였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 빈익빈 부익부 즉 선진국은 더 잘살고 후지국은 더 못살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나고 나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그동안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월은 무상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미국은 최근 우루과이 라운드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마음이 변한 것이다.

세계시장의 통합에 앞장서던 미국이 30년 만에 대문을 걸어 잠그고 담을 높이 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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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잊힐 것이다. 다 변하고 떠나면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의 기억의 세계엔 우루과이 라운드가 지워지고, 우루과이만 남게 될 것이다.


나에게 누가

남미를 다시 가는데 한 나라만 갈 수 있다면 어느 나라를 갈 것인가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다.

우루과이.


나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망각.

내가 우루과이의 추억을 잊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그 한가함. 여유로움. 급할 것 없음.

인간에게 오직 존재 자체. 그것울 제외한 어떤 가치도 무용지물인 것 같았던. 그러면서도 풍요로운.

남미 가운데서도 가장 남미스러운,

우루과이

그 우루과이를 혹시 내가 잊어버리지는 않을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28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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