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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이상 탱고는 없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탱고 공연장에서 정장을 한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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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는 없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부에노스 아이리스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거리의 악사들이 탱고를 연주하고 있을 줄 알았다.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선율이 고풍스러운 남쪽 도시의 하늘을 수놓고 있을 줄 알았다.


시내를 벗어나면

화려한 벽화와 낙서들 사이로 서민들이 웃통을 벗고 탱고를 추고 있을 줄 알았다. 남미의 뜨거운 태양아래 맥주를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를 줄 알았다.


모든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유튜브는 나에게 그렇게 상상하게 만들었다.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그리고 하늘이 아름다운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는 없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도 탱고는 없다.

밤이 되도록 거리를 쏘다녀 보아도, 하루 종일 택시를 타고 도시 외곽 서민들 동네를 돌아다녀 보아도 탱고는 없다. 더 이상 탱고는 거기 없다.


탱고는 오직 탱고 공연장에만 있다.

관광객을 상대로 보여주는 길거리 공연뿐이다.

노래도 없고, 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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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가 사라진 이유.

시대가 변했다.

유행이 지나갔다. 젊은이들이 신세대 음악에 빠졌다. 할아버지 시대 노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어려워졌다

탱고가 무대 위에 오르면서 고급스러워졌다. 일반인이 일상에서 즐기기엔 너무 어려운 장르가 되었다.


정서가 변했다.

탱고에는 향수, 후회, 운명, 이별, 도시의 외로움이 녹아있다. 부유해진 아르헨티나는 후회도 이별도 외로움도 없어졌다.


정치적으로 억압했다

군사정권은 탱고를 퇴폐적으로 분류했다. 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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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예의

탱고는 문화이다. 그리고 그 문화에 대한 예의가 있다.

바지를 입으면 관광객이다.

아르헨티나 여인들은 탱고 공연을 보러 올 때 드레스를 입는다. 무슨 결혼식이나 행사에 갈 때 입는 옷이다.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면서

탱고 공연을 즐긴다.

남미인들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또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지금은 그냥 극장의 무대 위에 있는 광대 같은 존재이지만

한때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부둣가 선술집에서 부르던 노래와 춤에 대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존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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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그런 느낌이었다.


향수, 후회, 운명, 이별, 도시의 외로움 그런 정서가 맞다.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깊은 밤에.

홀로 밤길을 걷는 늙은 나그네발걸음은

어느새 탱고였다.

딴 따라란.







27. Feb 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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