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분위기느 무겁다. 보카지구를 빼면 그렇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단색이 아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단색으로 그리면 그건 추상화이다. 새로운 색을 찾아 떠난다.
바람이 분다. 부에노스에 바람이 분다.
그 사이로 우버는 달린다.
시내를 벗어나면 길은 좁아진다.
길이 좁아지면 거리가 잘 보인다. 6차선에서 4차선으로 그리고 마침내 골목길로 들어서면 더욱 그렇다.
길이 좁은 곳은 서민들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서민들 사는 모습을 택시 안에서도 잘 볼 수 있다.
택시가 바닷가로 가까워질수록 거리에
웃통을 벗은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골목마다 일상의 사람들이 늘어난다.
도심은 돌로 만든 건물들이다. 그러나 변두리 마을은 나무로 만들었다.
돌에는 색칠을 하지 않지만 나무에는 색칠을 한다.
그래서 서민적인 거리가 도심보다 더 컬러풀 해진다
그 거리의 색갈이 결정적으로 휘황찬란해졌을 때. 우버기사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보카지구에 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색깔.
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5일을 살았다.
숙소는 시내 중심이었다. 오벨리스크 부근이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도시는 무채색이다. 화강암으로 만든 건물들이 그렇다.
오래된 화강암 건물은 잿빛이다.
날이 흐리기라도 하면 도시는 아주 쓸쓸해진다
비가 간간이 오기도 했지만, 도시는 무겁다. 사람들도 그렇다.
결코 낭만적이라고나 열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보카지구에 와서 알게 되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밝고 명랑한 도시라는 선입견은 보카지구 사진 때문이다.
탱고의 이미지도 역시 그렇다.
누군가 카미니토의 거리 사진을 SNS에 소개했고, 나는 그것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곳에 와 있다. 작은 골목이란 이름의 카미니토 거리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관광객과 현지인.
보여주는 사람과 보는 사람. 창작하는 사람과 그 창작물을 사는 사람이 함께 모여 있다.
같은 공간안에 이 두 부류의 사람이 석여 있으면 구분이 안 된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안다.
상업적인 사람은 웃고 있다.
파는 사람은 미소 짓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생각이 많다.
대체적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의 미소는 거짓이다.
가게를 잠깐 벗어나 담배를 피우는 가게 주인의 표정은 웃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보카지구는 그렇지 않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표정이 밝다. 사는 것이 즐거워 보인다.
여긴 그렇다. 모두가 가벼워진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거리의 끝은 바다이다.
노천카페에서 스페인식의 진한 에스프레소를 소다수 한잔과 함께 마시고 나면
비로소 바다가 보인다.
바다는 푸른색이다. 하늘보다 더 푸르다.
이주 노동자였던 부두의 일꾼들도 여기에서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탱고를 만든 사람들이다. 그들도 바다를 보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바다는 무엇이었을까. 희망이었을까. 향수 였을까.
나그네는, 일행이 없는 늙은 나그네는
카페와 바다 그 사잇길로 나선다.
탱고는 음악이다.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춰 남녀가 둘이 추는 춤이다.
혼자 걷는 척하면서, 춤을 춘다.
노상카페의 파라솔과 탱고 사이는 택시 정거장이다.
거기서 택시를 타면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로 돌아올 수 있다.
24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