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에 가면 나무의 상흔이 고스란히 잘 드러난다. 상처받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나무는 없다. 나무마다 고유한 아픔과 상처를 품고 견디며 당당하고 단단하게 자란다.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상흔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잘리고 갈라지고 꺾이며 애쓰고 견뎌낸흔적들이 안쓰럽고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사람에게도 삶의 흔적이 있다. 나이 지긋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의 삶이 느껴진다. 그 흔적은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차원이 아니다. 잘 살고 못 살고의 차원 또한 아니다. 그들의 얼굴은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생긴 시간의 흔적이므로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평가할 수 없다. 그 흔적들이 모여 우리의 그늘이 되고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