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6 작성
불안과 두려움, 분노 같은 거창한 감정이 아니다. 그냥 조금 짜증이 나고 신물이 났을 뿐이다. 스트레스를 표현할 만한 좋은 단어는 딱히 없는 것 같고. 나는 지금 늪 같은 곳에 발이 묶여있는 거 같다. 빠져나가려고 해도 이 광활한 늪에선 어디로 발을 내디뎌도 다시 빠질 뿐이고.
나비는 사실 같은 궤도를 빙빙 돈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자유롭게 날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비 스스로처럼 나는 나름 자유롭지만 빙빙 돌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거다, 가엾게도 말이다.
손쓸 방법이 없고, 번뜩이는 좋은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번쩍 빛나는 별빛을 나는 항상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고 온 건지, 잃어버린 건지, 애초에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인지 지금 와선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있는 곳이 늪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행복하기도 하고, 자유가 박탈된 548일의 459일 속에서도 나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라며 웃기도 하니까. 웃어야지, 웃어야지. 흑색의 감정에 빠지지 말아야지 해도 나는 결국 빠져들어간다. 이 감정은 아주 끊기 힘든 중독적인 감정이니까. 생각을 정리하려고 밖으로 나가도 결국 입에 무는 건 담배. 어쩌면 담배 같은 감정일지도 모른다. 알코올 같을지도 모른다. 내가 중독되고, 취하고 있음을 알아도 그만두고, 멈추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인데 이것만큼은 절제가 되지를 않는다. 결국 그래서 도망친 곳이 여기일까? 늪인지 들판인지, 나는 그저 그대로 밑으로 빠져들어갈 조개껍질인지, 풀을 뜯어 먹으며 늠름한 개의 하울링을 들으며 뛰어다니는 양인지 누군가 부디 알려주기를. 그래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어?
이 이야기를 듣게 될 너는 어디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