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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Nov 08. 2023

인생의 후반은 나답게

제2 직장생활 1년을 돌아보며...

제1직장에서 정년퇴직해서 제2의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진다.    

 

어느덧 60대 초반을 보내면서 뭘 해도 좋은 나이, 신인류, 신중년, 액티브 시니어, 뉴 시니어, 액티브 스마트 실버세대로 미화해 보고 싶지만, 꼰대로 보여지고, 뒷방 노인네로 불려지기 쉽상인 나이가 되어가면서 조심과 우려가 앞선다.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는 특히 은퇴 이후의 삶과 현실에 대한 책들이 많이 있어서 제1직장을 은퇴하기 전부터 그리고 제2직장 생활을 하고있는 지금도 인생 후반에 관해 늘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국내 서적으로는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의 저서 ‘벌거벗을 용기’를 여러 번 읽었고, 강창희 대표의 노후 준비 관련 유투브도 많이 보고 있다.     


100세 인생을 25년씩 네 단계로 나누어, 대략 50세 이후 75세까지를 인생의 황금기로 보았지만, 치열하게 일했던 제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성장한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고, 본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는 시기라서 겉으로만 봐서는 황금기로 느끼기  어려운 시기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이미 끝난 전반전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 마주하고 있는 후반전에 대해 인생을 리셋해야한다. 영어로 은퇴를 리타이어라고 하는데 아마도 타이어를 갈아 끼우듯 새롭게 리셋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숨 가쁘게 달려오기만 했지만 이쯤에서 잠시 멈춰서 진짜 내가 누구인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생각하고 계획하고 즐겨볼 것을 다짐해 봐야 한다.     


무얼 좋아하는지 자각하는 건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내딛어야 할 중요한 한 걸음이다. 진정한 나로 거듭나려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을 벗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관념과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의식을 하나씩 정리해야 한다.   

   

주위의 평판과 체면이라는 허울 뒤에 숨는 비겁함, 과거의 영광, 혹은 손안에 쥐고 있는 권익을 향한 집착, 남을 원망하고 시기하는 어두운 감정, 이런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과감하게 잘라버리려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삶의 질을 바꾸고, 내면을 채우며, 품격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인생 질문들을 수없이 자신에게 던져봐야 한다.     

감성이 녹슬지 않도록 관리하는지, 소소한 행복들을 모아두고 있는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짜증과 분노를 잘 다스리고 있는지,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독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푹 빠져 몰입할 취미가 있는지,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이다.      


연륜 속에 숨어 있으면서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장점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리면서 온갖 일을 경험해오며 몸에 익힌 유연한 대응력, 깊은 사고력, 냉철한 판단력으로 더욱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더 이상 비교하고, 경쟁하는 데서 행복을 찾지 않는 삶,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는 삶으로 안내하고, 노년을 앞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장점, 노하우를 찾아가며, 인생의 깊이를 아는 진정한 중년의 멋을 발휘하면서 다시 힘을 내 살아갈 용기를  찾아야 한다. 


제2직장 생활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해외 생활로 아내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가 신혼처럼 맞이한 새로운 생활 패턴에서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가장 공을 들였고, 주변의 우려와 달리 연착륙해서 잘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노력 중이다.     


예전 같았으면 휴일에 혼자 산으로, 골프로 싸돌아 다녔겠지만 제일 먼저 지난 30년 동안 750여 회 이상 즐겼던 골프를 마약끊듯이 접었다. 귀국 후 1년 동안 사이판에서 가족 골프 3회, 아들 며느리와 1회, 동생 내외와 2회, 대학 동창과 2회 등 8회로 그쳤다.      


휴일에는 아내와의 주말농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집 근처 일자산에서 가벼운 산행을 한다. 해외생활하면서 정기휴가 때나 찾아뵙던 부모님은 지금은 월 1회 본가로 내려가서 식사 모임을 한다.      


평일 퇴근 후 화, 목요일은 탁구, 수요일은 테니스를 치고, 부족한 운동은 매일 아침 따릉이로 집에서 한강변을 따라서 1시간 정도 출근하면서 채운다. 


평일 새벽에 출근 전 매일 2시간 정도 글을 쓴 덕분에 올해는 생애 처음으로 책도 1권 출간하였다.


해외 여행은 분기에 1회로 올해는 사이판, 튀르키예, 코카서스 3국 등을 다녀왔고, 년말에는 피렌체 미켈란젤로 여행을 준비 중이다.     


몸은 굳어가지만 마음만은 20~30대에 머물러 청춘들 못지않게 꿈꾸고즐거움을 추구하는 나이몸과 마음의 괴리 속에서 이런저런 한계를 절감함에도 주어진 시간을 현명하게알차게 보내기 위해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보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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