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난 시절을 절대로 잊지마.”

영화 파반느에서

by Kim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 사람은 남들과 다르다는 오해, 그리고 영원할 거라는 오해.” 변요한의 묵직한 독백으로 영화 파반느는 느리게 시작된다.


오해(誤解)는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아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또 다른 오해(五害)는 장마, 홍수, 가뭄, 우박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재해를 뜻한다.


사랑은 틀려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장마가 들고 가뭄이 지나가듯 결국 막을 수 없어서, 피할 수 없어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잊는 것이 아니라, 다만 덮어두고 의식 밖으로 밀어낼 뿐이다.


파반느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평생 첩의 아들로 가족 틈에 끼지 못하고,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떠나보낸 요한. 아버지에게 없는 아들로 자란 경록. 외모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포기가 오히려 편해진 미정.


더 이상 쉽게 오해할 용기조차 남지 않은 세 사람은 각자가 겪어온 아픔이라는 재료로 서로를 비춘다.


그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마음이 가까워진다.


유독 한 장면이 오래 남는다. 경록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타지로 대학을 가게 되면서 요한은 그에게 말을 건넨다.


“너 시네마 천국 봤지? 거기 보면 알프레도 아저씨가 토토에게 그러잖아. 넓은 세상으로 떠나는 토토야, 절대 돌아보지 말라고.”


그리고 잠시 멈춘 뒤, 그는 전혀 다른 말을 덧붙인다.


“그러면 씨발 내가 말해. 우리의 지난 시절을 절대로 잊지 마. 우리의 청춘은 영원하니까.”


그 말은 믿음이라기보다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다.


청춘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순간.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시간을 붙잡으려 한다.


나 역시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앞날을 응원한다는 말은 쉽게 꺼낼 수 있었지만, 함께했던 시간을 잊지 말아달라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미련해 보일까 봐, 체면을 구기는 것 같아서 그랬다.

저 대사를 만났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서로가 실컷 용감하게 오해했던 순간들을 나는 잊고 싶지 않았구나.


결국, 그 시간들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마음이었다.


함께 보냈던 순간들을 혼자 기억하는 건 아프니까, 우리의 지난 시절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미뤄왔던 말을 중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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