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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 K jin Jul 29. 2020

쌀국수 먹었다고 자랑하는 일기

지금 쓰고 싶은 글3


병원 때문에 신촌에 약 한 달만에 방문했다. 오늘은 방사 교수님을 만나 보는 날인데 인천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양화대교 건너자마자 후두두두둑 비 떨어지는 소리가 무섭게 들렸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카자아아아~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오오옹~



광역버스 탄 지 2시간째 겨우 홍대를 지나 신촌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셔틀버스 타는 사람은 오늘따라 또 왜 이리 많은 건지. 신촌역 계단을 한참 내려가 줄을 서서 버스를 한 대 더 보내고서야 탈 수 있었다.


셔틀버스 줄 설 때마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고? 말도 안 돼, 라는 생각을 한다.


셔틀 버스는 본관에서 한 번 멈추고 그다음 암병원 앞에서 멈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고 욕심이 많아서 본관에서 먼저 내리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따지고 보면 똑같은 환자인데. 20명 중 5명 정도만 암병원에 가니까.


오늘은 셔틀버스에서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분이 민머리에 캡 모자만 쓰고 있던데 세상 힙해 보였다. 저때의 난 어땠더라. 캡모자에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다녔다. 머리카락 없는데 있는 척하려고.




병원 대기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리다가 오늘도 연구 간호사님부터 만났다. 젊어서 그런가 여기저기 참여하는 게 많다. 만하면 연구에 참여하려고 한다.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교수님을 만나 오늘도 양쪽 팔뚝 둘레를 쟀다. 유방암 수술 후 부종이 생겨  한쪽 팔이나 다리 두께가 비정상적으로 차이날 수 있다고 한다. 결과는 양쪽 동일했다.


산책을 하거나 조금만 무거운 걸 들면 오른쪽 손이 붓는다고 했던 말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일시적으로 부을 수 있으니 그게 지속되지만 않으면 괜찮은 거겠지. 켈로이드야 안고 가는 거고.



병원 진료 끝나고 맘맘테이블 갔다. 여기서부터 진짜 일기다.


맘맘테이블

본의 아니게 신촌의 맛집 찾아다니다 발견한 곳이자 먹자마자 엄마랑 동시에 "되게 맛있다!"를 맘맘테이블. 보통 한 명이 맛있다 그러면 한 명은 별로라고 한다(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12시에만 가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는데 오늘은 진료가 일찍 끝나서 10시 50분에 도착해 첫 손님이 되었다.

가게 오픈 시간은 11시라 그때부터 주문 가능하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쌀국수와 분짜를 시켰다. 나는 분짜를 좋아하고 엄마는 쌀국수 킬러다.


호띠우 쌀국수


엄마는 쌀국수를 참 좋아한다. 뭘 먹어도 시큰둥한데 이상하게 쌀국수만 평소 먹는 양의 두 배를 먹고, 먹는 속도도 두 배 빠르다.


쌀로 만든 국수라 소화가 잘돼서 그렇다나.

역시나 이 날도 면을 추가했다.


고기 양은 미분당에 비해 적지만 국물이 시원하고 살짝 자극적이다. 뒷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여기 쌀국수는 해장용으로 좋다고 하던데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분짜


내가 좋아하는 분짜. 새콤달콤하고 면도 있고 야채도 있고 심지어 견과류까지 있으니 맛이 없을 리가. 게다가 우리 동네에선 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인데 여긴 8500원이다.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호띠우 쌀국수보다 분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비 내리는 날 쌀국수를 먹으니 좋았다. 인생사 병원에 갔다가 맛집 한번 들러줘야 사는 맛 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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