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비가 온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 끓여먹으면 맛있는데 아쉽게도 암에 걸린 이후 제일 먼저 먹지 말아야지, 생각한 게 라면이다.
벌써 라면 안 먹은 지 2년이 가까워진다. 덕분에 가족들이 라면을 끓여 먹어 냄새가 나도 먹고 싶지 않다. 며칠 전 짜파게티는 조금 위험했다.
그래서 오늘도 만들어 먹은 바질토마토마늘오일 파스타!
시판되는 토마토 소스를 사 와서 파스타를 해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나름 msg를 줄여온 효과가 있는지 짜고 자극적이어서 입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젠 소스를 사지 않고 만든다. 바질 페스토가 소스이긴 하지만.
파스타를 좋아한다기보다 면을 끊을 수가 없어서 라면 대체품으로 선택한 거다. 어떤 분은 암에 걸린 후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는다던데. 나는 탄수화물 없인 못 산다. 밥, 면, 빵 어떻게 안 먹고살아.
오일에 마늘을 볶기
먼저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볶는다. 오일을 많이 넣으면 더 맛있겠지만 되도록 기름은 덜 섭취하자는 주의라 조금 넣는다.
페페론치노와 다진마늘 추가
그리고 2인분 기준 다진 마늘 1스푼과 페페론치노 3개를 넣는다. 매운 걸 좋아하면 더 넣어도 되는데 여기서 더 넣으면 속 쓰리다. 아무렇게나 이곳저곳에서 얻은 정보를 조합하여 만드는 내 파스타의 특징은 '그래도' 건강을 생각하자는 거다.
바지락 추가
마늘이 반쯤 익어갈 때 해감한 바지락을 넣는다. 그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바지락을 넣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답을 내렸다. 새우는 깊은 맛이 안 난다. 바지락을 넣는 게 최고다. 다만 나는 조개류를 좋아하지 않아 안 먹는다. 그러나 같이 먹는 사람이 먹으면 되니까 듬뿍 넣는다. 바지락은 많이 넣을수록 맛있다.
면과 면수 추가
소금 한 스푼 넣고 7분 삶은 파스타 면을 볶아 놓은 마늘에 넣는다. 꼭 7분이어야 된다. 8분은 무르고 6분은 덜 익는다. 나는 손이 느리니까 이 과정 이후로도 조리 시간이 걸리니 7분 삶는 게 딱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면수를 국자 한 스푼 넣는 것이다. 면수가 포인트다. 절대 버리면 안 된다.
그리고 후추 조금, 소금을 조금 넣고 맛을 본다. 중간에 간 보기를 싫어하는데 볼 수밖에 없다. 안 보면 먹는 내가 손해다. 짜거나 싱겁거나 둘 중 하나.
면수가 졸아들 때까지 들들 볶다가 바질 페스토를 한 스푼 넣는다. 바질 페스토는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지만 여러 번 해 먹어 본 결과 넣는 게 두 배 맛있다. 딱 두 배. 바질 페스토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가장 건강한 방법이지만 엄두가 나지 않으니 사 먹는다.
바질 파스타
여기서 완성! 이면 좋겠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그래도' 건강을 생각하자는 주의다. 어떻게 생각을 안 할 수가 있나. 해야지.
그래서 파스타 만들기 시작할 때 팬에 오일을 붓기도 전에! 해야 되는 일이 있다.
토마토
바로 에어프라이어에 토마토 돌리기. 방울토마토로 하면 금방 조리되고 보기도 예쁠 것이다. 그렇다고 밭에서 따온 토마토가 집에 한가득인데 방토를 또 살 순 없는 지경이니 보기는 조금 그래도 이걸로 한다. 어차피 내 입으로 들어갈 거니까.
그리고 토마토를 열에 가하면 영양도 좋아진다나.
에어프라이어에 180도 10분. 뒤집어서 180도 10분을 돌린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추가로 170도에 7분 정도 더 돌리면 좋겠지만 배가 고프니 대충 저 정도만 돌려도 훌륭하다.
예전엔 토마토를 싫어했다. 싫어했다기보다 굳이 안 먹었다고 해야 되나. 샌드위치 사이에 토마토가 왜 들어가는지 이해를 못했다. 차라리 양상추랑 햄을 추가해서 넣는 게 맛있지 않나?
근데 이젠 먹어야 되니까 기왕 먹을 거 '그나마' 맛있게 먹을 방법을 찾은 거다. 저렇게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토마토는 케첩 맛이 난다. 신맛이 확 올라와서 파스타랑 같이 먹으면 굳이 피클을 따로 먹지 않아도 된다.
토마토 반, 파스타 반
이렇게 완성된 토마토 50, 파스타면 50의 파스타 완성. TV를 보면 쉐프님들이 파스타 만드는 게 라면보다 쉽다던데 그건 아닌 거 같다.
한때 일주일에 라면 한 봉지는 꼭 먹었는데 라면 만드는 게 더 쉽고, 사실 그게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