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물, 인생 배움 학교

# 프롤로그 - 아버지의 선물, 인생 배움 학교

by 키리카


어느덧 마흔, 인생을 뒤돌아보고, 인생에 대해 평가하고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나 미숙한 나이…….

내가 글을 쓰는 행위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셀프 힐링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만큼 성공하지도, 화려한 삶을 살지도,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 열심히 인생을 살았을 당신,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당신이라면 조금은 나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세진모터스 대표 오영주입니다.” 이 인사가 조금은 익숙해질 무렵… 세진모터스는 문을 닫았다. 여자도 꿈을 꿀 수 있는 시대를 살았지만, 결혼과 출산 후에는 철저히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80년대생 평범한 여자.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것 또한 철저히 수동적인 삶의 연장이었고, 나의 꿈, 나의 인생 지향점과는 무관해 보였던, 그래서 그렇게 도망가고 싶었던 그 자리를 ‘사업실패’라는 대 명제로 나올 수 있었다. 비록,사업은 실패했지만, 내 인생에 최고의 배움을 얻은 세진모터스에서의 3년…나는 이곳을 세진모터스쿨이라 불렀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며 무엇이 진정한 인생 길이어야 하는지를 쓴 눈물을 삼키며 고민할 수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세진모터스… 그곳은 나의 부모님의 오랜 꿈이었다.

1986년, 아버지는 작은 화학약품 취급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직원이 큰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합의금으로 집과 사업체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그 당시 나의 나이는 네살…

무너진 집안을 일으키고자, 어머니는 보험설계사를 시작해, 1989년에는 자동차 시트커버 판매업을 시작하였다. 수완이 좋으셨던 어머니는 시트 커버업으로 번 돈으로 작은 자동차 용품 가게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우리 부모님께서는 자동차 관련 사업을 점차 키워나갔다. 아버지는 여러 지역을 전전하면서, 서초동에 자동차 정비공장을 짓는 것을 꿈으로 가지셨고, 드디어 2014년, 그 꿈을 이루셨다.

세진모터스는 아버지의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꿈을 아버지는 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늘 스스로 성실하게 대학도 가고, 직장도 다니고, 제 앞가림을 잘한다고 믿었던 큰 딸이기에, 당신의 보물을 아끼지 않고 맡기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렇다. 나는 금수저였다. 누군가가 들으면 너무 부러워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일이 오히려 나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고, 도망가고 싶은 현실이었는지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과연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세진모터스가 개업을 할 즈음, 나는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었다. 당연히 내게 세진모터스를 물려주고 싶으셨던 아버지와, 그것을 하고 싶지 않아 하던 나. 그렇게 아버지와 언쟁을 벌였지만. 결국 나는 그 세진모터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했고, 그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드라마에서는 젊고 예쁜 2세 경영인의 고군분투하는 삶이 종종 나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야무지고, 당차고, 똑똑하고, 매력적이다. 그들은 사업도 연애도 성공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그런 똑똑한 2세 경영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세진모터스 경영에 전혀 관심이 없이 커온 나는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 온 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부모님도 그때는 이 사업이 이렇게 클 줄 몰랐고, 딸이 고생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기를 바라셨었다. 그렇게 경영은 물론, 이 업계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이 업계에 대해서는 뽀얀 곰국 같은 백지상태였던 것이다.

또한 나는 당참, 야무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수 연발에, 무엇하나 똑 부러지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 특히나 내가 약한 부분은 숫자였는데, 다니던 회사에서도 숫자를 정확히 못 보고 크게 일을 그르칠 뻔한 적이 있었다. 이런 부족함 투성이인 내가, 바로 낙.하.산 인사로 이곳 대표이사가 되어 들어온 것이다.

아직도 세진모터스의 첫 출근날이 떠오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위기의 직원들이 앉아있었다. 오랜 세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갈고닦아 온 그들의 눈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 여자, 낙하산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지 못지않게 나 역시 내가 입은 이 세진모터스의 대표이사라는 옷이 정말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나의 삶을 버티기로 했다. 딱 3년만 눈 딱 감고 버텨보자. 그러면 무엇이든 답이 나오겠지... 그렇게 그날 나는 딱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말하는 성공하는 삶, 화려한 성공이라는 이미지, 그런 것들이 없는 나의 삶을, 그래도 나 스스로는 가치 있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성공의 이미지만은 쫓고 있다가, 그가 원하는 삶이랑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그대가 생각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그것으로 향하는 수많은 과정들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세상의 많은 글들은 성공을 다룬다. 성공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성공을 부러워하는 수많은 책들이 있는 가운데, 문득 무엇이 성공하는 삶이기에 이토록 우리는 성공을 부르짖는 것인가 묻고 싶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들에 비해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만 가고 있는 것 같은 나의 실패의 길이, 정말 실패인 것인지 묻고 싶다. 비록 내가 성공한 젊은 사업가도 아니고, 어느 한 분야에서 유명세를 타는 것은 아니지만, 나같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실패의 이야기는 무엇이 우리 인생을 감히 성공과 실패로 판단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약 50%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완벽한 삶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숨 막히게 달리고 있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어릴 적부터 힘겨워하며 숨 고르기를 하던 나의 모습은 성인이 되어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틈은 더욱 좁혀져 때때로는 나의 숨을 꽉 죄어올 때가 있다. 완벽한 삶이라는 것은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토록 달려가는 것일까? 아니, 우리는 어쩌면 완벽한 삶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 글은 내가 세진모터스로 들어갈 때의 나의 마음과, 그곳에서 일하면서 변화되는 나, 그곳을 정리하면서 갖는 생각들을 정리한 글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만남, 모든 사건들이 나의 스승이며, 교과서였기에… 나는 그곳을 세진모터스쿨로 소개하고 싶다. 이 글은 사업의 성공신화도 아니고, 나의 성장일기도 아니며, 어떤 이치로 세상을 살아가야 잘 사는 것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다만,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고군분투했던 삶의 여정 속에서 갖는 작은 위로와 공감을 기대하기 위해 쓴 글이다. 소위 말하는 세상 물정을 조금 알아가며 세상의 이치에 억지로 끼워 맞추던 삶은 멈춰 세우고,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이 글을 썼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느덧 중년의 문을 열게 된 지금 나는 그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부터의 나의 이야기는 그런 나와 당신에게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줄 수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나 스스로를 토닥이며 썼던 그 글이 당신도 토닥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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