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리카 Aug 02. 2023

나를 복제해서 둘로 만들고 싶다!

엄마는 너희 둘 다 사랑해!


7월 27일(수)


큰 아이가 여전히 기침을 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침이 더 심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숨소리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큰 아이의 숨소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큰 아이에게 너무 신경을 쏟았나 보다. 둘째가 엊그제부터 툭하면 토라지는 것이 심상치 않다.

“엄마, 나도 목 아파요~ 나도 안아줘~ 나도 사랑해 줘~”

둘째는 감성이 풍부하고 솔직한 아이이다. 저보다 오빠한테 더 신경을 쓰는 게 속상하고 싫은지 더 아기같이 군다. 조금이라도 오빠한테 “오늘은 괜찮니?”라고 물어보면 어김없이

“왜 오빠한테는 그렇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나한테도 그렇게 해줘~”라고 이야기한다.

아기 때도 두 아이들이 양팔에 매달려 있을 때도 내 관절이 남아나지를 않았는데, 나만한 아이들이 두 팔에 엉겨서 매달리려고 하면 더더욱 내 온몸의 관절과 뼈들이 어긋나는 것 같다. 이제는 하나를 일으키기도 버겁다. 그런 아이들이 아기들 같이 똑같이 나에게 매달려 있으려고 한다.

두 아이들을 이끌고 가는데, 한국에서 학교 보내는 것보다 몇 배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조금만 떨어져 걸어주면 좋겠는데, 두 아이는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자신의 몸무게를 나에게 싣고 간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그만해도 될 나이인 것 같은데. 오은영박사님 핫라인이 있다면 간절히 상담을 받고 싶을 정도이다.


두 아이를 오늘도 캠프에 데려다주고, 오늘은 시내에 가서 살 것들이 있어서 미리 장바구니도 넉넉히 준비해 왔다.

우선 시내에 있는 아시안푸드점에서 쌀을 사야 했다. 그동안 테스코에서 500그람짜리 쌀을 사서 먹었는데 자라나는 두 아이를 먹이려니 한 봉지를 금방금방 다 먹는다. 쌀을 적게 먹으려니 식빵 소비량이 엄청났다. 동양인이 많이 않아 혹시 아이들이 밥을 싸가면 놀림이라도 받을까 일주일 내내 샌드위치로 점심을 싸 주었는데, 큰 아이가 아프고 나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점심도 밥으로 싸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 캠프부터 한국인도 한 명 오고, 중국인, 일본인도 늘어났다고 한다. 조금 더 자신 있게 쌀로 점심을 싸 주어도 될 것 같다. 시내에 있는 아시안푸드점에 5킬로짜리 쌀을 본 적이 있다. 그것도 스시라이스라고 해서 한국에서 먹는 찐득한 그런 쌀이다. 12파운드 정도면 살 수 있으니, 테스코의 반값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살림꾼은 아니었는데, 여기에서 살림 내공만 더 늘고 있다.


아이들과 갔을 때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서점에 들렀다. 예쁜 일러스트로 된 동화책들이 많았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돈도 돈이지만, 한국에 이고 지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이 읽을만한 가벼운 책만 두권 샀다. 그래도 여전히 포기 못할 책들은 다시 와서 살 것 같다.

첼튼햄 시내는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런던에서 여행중일 때는 사람에 치여 하루종일 지쳐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비로소 여행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을 놓고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도, 오늘 시내에 나온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드럭스토어에 들러 큰애에게 먹일만한 기침시럽을 사고, 그 외에 아이들에게 먹일만한 영양제를 한 가방 샀다. 이렇게 간절하게 아이들이 건강하기 바랐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쌀 5킬로를 거뜬하게 어깨에 지고, 버스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장 봐온 것들을 정리했다. 많이 돌아다닌 것 같은데, 막상 집에 오니 물건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5킬로짜리 쌀 한 봉지를 보니 내 마음이 뿌듯하다. 내일 점심은 김밥이라도 싸 줘야겠다. 한국에서 올 때 파래김만 잔뜩 싸왔는데, 막상 필요한 건 김밥김이었다. 김밥김을 1.5파운드에 사갔고 오는데 왜 이리 아깝던지……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오늘 어제 그렇게 친구 만나서 흥분해 있던 둘째가 오늘은 또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무슨 일 있었니?”

“아니… 엄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으잉? 이제 일찍 온다고 짜증내기야? 참 이 딸내미 마음 알아주기 힘드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비가 많이 온다. 오늘은 저녁까지 이 상태로 비가 올 모양이다. 큰애의 감기가 심해질라 노심초사 우산을 바짝 씌워주면, 둘째가 또 삐진다.

어휴… 아무래도 며칠 동안 오빠에게 쏠린 애정에 심통이 난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큰애에게  감기시럽을 먹어보자고 하니, 둘째가 자기건 왜 없냐고 한다.

“너도 아파? 엄마가 보기에 다혜는 그렇게 심한 것 같지 않은데. 다혜껀 목캔디 사 왔으니까 이거 먹으면 될 것 같아.”

“이잉~ 나도 약 먹어야 돼! 나도 많이 아프다고!”


분명 내가 보기에 저 아이는 너무 멀쩡하다. 그렇다고 또 둘째한테 우쭈쭈 하면서 안아주면, 큰애가 다시 심통을 부린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그 마음은 잘 알겠다. 차라리 그렇게 엄마를 필요로 하니 아직 좋을 때인가?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선배 엄마들 말로는 그때가 좋을 때라는데. 그렇다고 내 말을 전적으로 듣지도 않는다. 이제는 저들도 머리가 커서 엄마말은 꼰대같이 듣는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엉기고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니…… 아…… 이럴 때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나를 복제해서 둘로 만들고 싶다. 하나는 큰애한테, 하나는 둘째 한테 갖다 놓고 똑같이 동시에 안아줄 수 있다면 나도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해외 학교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