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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Aug 16. 2023

영국에서 드디어 운전대를 잡다!

갈 때까지 글로벌 호갱

8월 8일 (화)


마지막 한 주를 운전대를 잡겠다는 결심하에 렌터카를 예약했다. 아이들은 둘 다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진짜 빌릴 거야?”

“왜? 엄마 한국에서도 운전 잘해~ 여기 한국보다 운전하기도 쉬워 보이는데?”

“하.. 하하. 엄마 잘하지 맞아. 하.. 하.. 하…그럼 오늘은 엄마 차 타고 하교하겠네? 엄마가 차 갖고 오는 거지? “


아이들은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신이 난 것도 같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렌터카 회사를 향해 버스를 올라탔다. 버스를 타는 내내 도로의 감각을 익히고자 밖에 눈을 떼지 않고 갔다. 이윽고 렌터카 회사에 도착했는데, 시골 마을의 렌터카 회사라 그런지 아주 단출하다. 우리 집안이 대대로 자동차정비공장과, 렌터카를 하는 집이지만, 전혀 상관없이 당하려면 당할 수 있어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긴장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직원이 너무 당연하게 내가 빌리려고 한 차가 아직 준비가 안되니, 우선 다른 차를 타고 2~3시에 바꾸러 올 수 있냐고 하는 거다. 그 다른 차라는 것이 문제는 전기차! 전기차 운전이야 하면 그만이지만, 이 나라에서 충전은 어떻게 하라고!!!!!!


사실 내가 여기에서 컴플레인을 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렇다고 취소를 할 것도 아니고, K-아줌마의 당당함으로 뭔가를 더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이내 글로벌 호갱모드로 다시 바뀐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우선 차량의 충전 상태가 50% 정도라고 하니, 첼튼햄 시내 돌아다니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그 전기차를 받았다. 일단 운전연수 하는 샘 치고 집에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도 하루종일 비 예상이다.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좌회전은 짧게, 우회전을 크게를 여러 번 되뇌었다.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고 드디어 액셀을 밟는다. 다행히 집까지 가는 길은 거의 직선 코스이다. Round about(로터리)이 많은 것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차량 흐름이 크게 빠르지는 않고, 신호만 잘 지키면 되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 비도 맞지 않고 이렇게 편하고 빠르게 다닐 수 있는데! 용기를 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2시가 되어 내 차가 될 차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새로 받을 차는 테슬라 모델 3였다.

“일반 가솔린 차는 없어? “

“미안, 우리가 갖고 있는 차는 전부 전기차뿐이야, 가솔린은 전부 스틱운전이고.”

‘띵~’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니, 그럼 도대체 왜 처음에 빌려준 차를 다시 갖고 오라고 했는지도 의문이고, 전기차일 경우 충전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했다.

“그럼, 처음에 준 차는 왜 도로 가져간 거야? “

“아, 그건 50%까지밖에 충전이 안 되는 차거든, 이차가 더 좋은 차야! 알잖아! 테슬라! “

물론 테슬라가 좋은 차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있을 때 자동차 관련 일을 했던(*feat. 브런치 북, ‘세진모터스쿨’) 나는 테슬라를 운전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 단점도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전! 영국에 충전 인프라가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 집도 아닌 집에서 전기도 끌어올 수 없는 상태!

“걱정 마, 영국은 충전 스테이션이 많아.”

라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이 차를 떠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탐탁지 않았지만, 어쩌랴, 그 전기차밖에 없다는 것을……


역시, 갈 때까지 글로벌 호갱은 끝난 게 아니다!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 남았다. 돌아가기 전에, 운전연수 한다는 생각으로 늘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동네 언덕인 Cleeve Hill에 가 보기로 결심했다.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충전에 대한 압박, 좌, 우 운전대 바뀜, 다른 차폭감, 익숙지 않은 Round about(로터리), 그치지 않는 빗방울…… 정신이 없다. 들어갈 타이밍도 못 맞춰 사고도 날 뻔하고, 좁은 거리 탓에 노상 주차된 차의 백미러에 닿기 직전까지 운전을 했다. 아찔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용기로 쉬지 않고 달렸다. 도로 폭이 점점 좁아진다. 차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점점 안개가 짙어진다.


몽환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로가에 차를 잠시 대고 안개가 자욱한 언덕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묘하게 아름다우면서도 이내 무서운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도로연수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아이들은 엄마가 어떤 차를 끌고 올지 내심 궁금했나 보다.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어떤 차를 빌렸는지 물어본다.

“테슬라인데, 엄마 또 호갱 된 거 같다.”

“왜? 테슬라면 좋은 차 아냐?”

“그게, 그렇지만… 전기차라 충전하는 게 걱정이네……”

“엄마! 우리 집에 가는 길에 전기 충전소 있어! 내가 봤어!”

우리 둘째는 주변 정보를 스캔하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다. 대부분은 맛집이나 식당 정보일 때가 많은데, 언제 충전소를 봤는지 참 신통하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니, 혼자 운전할 때 보다 더 난도가 높다. 조잘조잘 떠들며 나에게 질문을 하는 아이들 중심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을 해야 하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파김치가 된다.


‘아… 차를 빌리길 잘한 걸까? 그냥 세워둘까? 돌아가는 날 히드로까지 어떻게 운전해서 가지?’

깊은 한숨과 고민을 가슴팍에 가득 얹고 어느덧 깊은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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