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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Feb 18. 2024

주식투자와 사교육의 공통점

사교육 손절기


”요즘 똑똑한 강남 엄마들, 주식해서 남편보다 돈 더 많이 벌어! “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몇 년을 지냈던 나에게 그 이전에는 흘러갔던 이 한마디가 조금씩 진지하게 다가왔다. 안 그래도 집에서 노는 엄마로 보이는 것이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었는데, 똑똑하게 주식으로 돈이라도 불리면 낮아진 자존감을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주식투자라는 것을 시작해 보았다.

처음에는 주식 초보면 누구나 매수하는 삼성전자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여기저기 뜬구름 잡는 경제정보에 혹해서 왠지 성장할 것 같은, 이름 들으면 알만한 주식을 또 조금씩 사 모았다. 조금씩 재미를 보다 보니, 처음 듣는 이름의 회사까지 알아보게 되고, 또 겁도 없이 조금씩 사게 되었다.


몇 번 재미를 보았지만, 결국 실체 없이 사라진 주식도 있었다. 워낙 소심한 성격이어서 한 번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후에는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 주식투자 경험으로 “역시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라는 교훈만 얻은 것은 아니다.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의 나의 심리 변화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다. 하나, 둘 회사를 알아보고 주식을 사는 마음이 흡사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는 심리와 같다는 것이다.


주식 고수들은 안 그렇겠지만, 주식과 경제를 잘 모르는 나는 주식을 매수할 때 그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무제표도 안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 사람 여기 있다. 대충 회사 인지도 보고 안 망할 것 같은 곳, 미래에 뜰 것 같은 업종에 묻지 마 식으로 투자를 했다.


“어머~ 삼성전자 든든해 보이잖아~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 망하는 거 아니야?”

“와~ 스페이스 엑스 우주 가야지~ 테슬라!”

“비건식품이 앞으로는 대세야, 비욘드 미트 가자! “

“나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좋아했어~ 디즈니!”


이런 주식투자 딱 봐도 망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다가 또 신문에서 불안한 기사라도 나면 팔까 말까 조마조마하고.

그랬었다.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그 회사 주식을 사기만 하면 그 업종에 대단히 기여를 하는 것 같고, 오래 두면 무조건 그 회사가 성장할 것 같았다.


나 같이 주식투자 하는 사람 없을 것이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여기 몇 명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크게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나의 주식쇼핑은 그래도 그렇게 꽤 애교 있게 잘 마무리되었다.


결국 브랜드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브랜드 이미지에 속아 무엇인가를 산다. 그것이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 도 있고, 주식이 될 수 도 있다. 그리고, 사교육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뜬금없지만 나는 나 같은 주식초보의 주식쇼핑이 초보 엄마들의 사교육 쇼핑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 아이가 그 사교육만 받으면 우리 아이가 그 분야에서 갑자기 특별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지 않았을까?


나는 앞장에서 사교육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고백하자면 그렇다고 사교육을 아예 안 하지는 않았다. 국영수 학습을 다른 아이들 보다는 늦게 했을 뿐, 예체능 사교육도 사교육이라고 본다면, 내가 아이들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나 역시 조금 방향만 달랐을 뿐, 사교육 브랜드에 혹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문화센터에서 하는 유아미술, 유아체육 등 열심히도 끌고 다녔다.


딸아이를 문화센터에서 하는 유아발레에 보냈을 때는, 우리 아이도 거기만 가면 발레리나 같은 유연성과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혼자서 운동장 뛰듯이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으러 다니는 것에 지쳐 3개월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피아노 학원에 보냈을 때는 다니기만 하면 적어도 쇼팽 정도는 칠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피아노 학원 발표회에서 거리의 악사처럼 에델바이스를 자기 멋대로 뚱땅거리고 있는 아이를 보며, 학원에 3년간 전기세를 헌납했다는 현실에 눈을 떠 바로 학원을 그만두기도 했다.


방과 후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어쩜 그렇게들 이름도 그럴듯하게 짓는지.

창의과학, 로봇파워, 클레이아트, 천자문한자, 원어민스피킹, 파워점프 등등등

실제로 보면 그냥 만들기 수업, 문제집 푸는 수업, 영어 한두 마디 하기, 줄넘기 뛰기, 정말 별것 없는 수업들인데, 그것만 들으면 우리 아이가 막 창의적이 될 것 같고, 뛰어나게 될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코딩교육에 관한 관심이 한참 높아져서, 큰 아이를 코딩학원에 보낸 적이 있다.

대치동 브랜드인 그 학원의 사업설명회를 처음 갔을 때는 그 학원만 들어가면 우리 아이가 영재원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학원에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포트폴리오도 그럴듯했다. 수업 커리큘럼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프로그램 이름들이 현란하게 적혀있었는데, 여기만 다니면 우리 아이가 프로그래밍 천재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를 일 년 보내고 보니, 결국 초등학생들이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어 보였다. 결국 학업과 병행할 시간적 여유가 나지를 않아 또 학원을 그만두었다.


이렇게 들어갔다 나온 사교육만 해도 열개는 넘는 것 같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그 분야에 대해 조금 알게 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겨우 그 정도 알려고 시간과 돈을 들였어야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모든 사교육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주식도, 사교육도 결국 제대로 알지 못하고 브랜드에 현혹되어 쇼핑하듯이 들어가면 결국은 손절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모든 어머니들이 브랜드에 현혹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이들이 남들 다 보내는 ***브랜드 학원에 보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 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학원 레벨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과외까지 하는 것 보면, 다른 아이 다 입은 000브랜드 우리아이에게도 입히고 싶은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뭐든지 한 두 가지를 제대로 고르고, 집중해서 오래 하면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도 주식투자와 닮은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선배엄마들을 만나면 아이 또래의 엄마들을 만날 때 보다 넓은 시야로 조언을 해 주시는 것을 경험한다. 아이 또래의 엄마들을 만나면 지금 유행하는 그것을 안 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걱정한다.

뭐는 어떠냐, 뭐는 해봤냐.

그런데 6~7년 정도 선배 엄마들을 만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그거 해봐도 크게 차이 없어.”

”결국 애가 해야지 뭐. “

“애마다 달라서…… 뭐라 말을 못 하겠네.”

“그냥 그때는 책 많이 읽히고, 운동 많이 시키고, 많이 놀러 다녀야지.”

그들의 이런 말들은 여러 번 사교육과 손절해 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조언이 아닐까 싶다.


학원의 마케팅 전략은 부모의 불안심리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 구매욕구를 한 가지 더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에게 붙일 수 있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한 가지, 그것을 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것도 학원 마케팅 전략이다.


이 주식초보, 깔끔하게 주식은 모두 손절했는데, 사교육을 모두 손절하는 길은 아직이다. 여전히 특정 브랜드를 만나면 우리 아이를 바꿔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알면서도 또 그 길을 가게 된다.


주식투자도 사교육도 가만히 들어보면 성공사례만 들려온다. 실패한 것은 잘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주식투자 제대로 하려면 많이 공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처럼, 사교육 제대로 활용하려면 우리 아이 성향과 기질부터 먼저 파악하고 어떤 것을 가르치는지,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말고, 딱 필요한 한두가지에 집중해서 길게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더이상 옆집엄마가 뭘 시키는지 그만 물어봐도 된다.


*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markusspis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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