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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Feb 04. 2024

강남에서 자란 엄마들은 아이를 대치동에 보내지 않는다

그래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전 장에서 강남 8 학군지에서 자란 나의 유년시절을 소개하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교육을 반복하며 아이들을 심리적, 사회적 고립에 내모는 실수를 왜 지금도 반복하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 와중에도 다행스러운 사실은 강남 8 학군지에서 자란 엄마들은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사교육이 좋은 대학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대학으로 연결된다 해도 잘 살아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것을 이미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흔히들 ’ 강남은 사교육이 극성일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에 다닐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것이다라는 것이다.’라고 오해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강남 토박이로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런 오해 섞인 질문들을 많이 듣는다. 타 지역의 친구들과 간혹 만나면 강남의 교육은 어떤지 나에게 물어보고는 하는데, 그런 것에 관심이 전혀 없는 나는 종종 그들을 실망에 빠트린다.

그럴 때에는 그녀들의 교육열이 훨씬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강남의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고 상향 평준화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곳이 교육열이 높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의외로 나처럼 교육에 느긋한 사람들도 많다. 흥미로운 점은 이 느긋한 사람들의 무리에 들어가 보면 강남 토박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강남 안에서도 세분화된 지역마다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글에 공감을 안 하시는 강남 토박이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선 세부적인 특징은 논 외로 놓고, 일반적인 강의 이남지역에 대해 스테레오타입처럼 그려지는 이미지에 대항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지금보다야 조금은 덜 하지만, 우리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에도 영어유치원은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갈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배워나가는 것과 심도 있는 표현의 모국어 구사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이런 나의 교육관과 딱 맞는 일반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게 되었는데 유치원 학부모들 대다수가 같은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네에서 오랜 세월 아이들 케어 살뜰하게 잘해주는 곳으로 소문난 일반유치원이었던 그곳에서 학교 선후배, 옆 학교 선후배들을 여럿 학부모로 만나게 되었다. 유치원이 끝나면 엄마들은 유치원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는 게 일상이었고, 서로 통성명을 하면서 오랫동안 한동네에 살던 토박이라는 사실에 서로 반가워한다. 우리는 흔히 상상하는 강남엄마들처럼 명품을 자랑하지도 않았고, 아이들 학원이나 교육이야기로 무르익지도 않았다. 같이 하는 이야기는 주로 ‘아직 많이 놀 때지요.‘ , ’ 굳이 벌써부터 영어에 어렸을 때부터 목숨 걸 필요 있나요.‘ 였다.

매번 강조하지만 나의 얄팍한 경험으로 일반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강남 토박이들은 학원에 목숨 걸지 않고 느긋하다.


왜 그들은 사교육에 목메지 않는가?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금전적인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강남 토박이들의 많은 경우 부모의 도움으로 그 지역에 머물러 살게 된다. 고소득 직업이 아닌 경우도 많아 집은 강남에서 머물고 있어도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흔히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벼락부자라고 오해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알뜰살뜰 부동산 한채 겨우 장만해서 그저 오랜 기간 버텨온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집값은 올랐어도 사는 수준은 그에 못 미치는 이른바 ‘원주민’들이 많다. 반면 강남에 고소득 전문직들이 뉴커머로 대거 몰려들다 보니 부촌의 이미지가 한층 더 강해졌고, 그래서인지 강남에서는 무조건 고가의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고가의 사교육을 한다는 오해가 확고해졌다. 그 이미지를 쫓아 일부러 아이를 이끌고 강남(그중에서도 대치동이나 반포)으로 이사 오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열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 강남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강남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 즉 올드커머들은 교육에 쏟아부을만한 돈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본인의 경험에 비춰 아이들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겹도록 어릴 적부터 받아온 사교육으로 어느 정도 학벌과 능력은 갖추었을지언정, 그 과정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아이에게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그들에게는 있다. 좋은 학벌, 좋은 직업을 얻었어도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몸으로 깨달은 그들에게는 아이들만은 스스로 더 다양한 가능성을 펼치기를 바라는 바람이 크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기는 하다. 본인들은 그것이 고통스럽고 싫었을지라도 그것을 아이들에게 더 심하게 강요하는 부모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본인들이 학원을 뺑뺑이 오가며 살아왔던 그 과거를 아이에게 똑같이 반복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셋째는 그들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강남출신의 부모들 중에는 해외경험이 많은 부모들이 많다.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를 온몸으로 느낀 경험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많은 대한민국 부모들이 목숨 거는 세 가지에 목을 메지 않는다. ‘영어, 의대, 입시제도’이다. 해외경험이 많은 이들은 굳이 유치원 때부터 영어에 목숨 걸지 않아도 언제든 영어몰입 환경이 주어지면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해 알고 있다. 그리고 발음에도 그리 목메지 않는다. 미국식, 캐나다식, 영국식, 필리핀식, 인도식 영어 모두 각자 영어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오히려 모국어 공부에 집중한다.

또한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의사보다 더 신나고 즐겁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아이를 다른 길로 보낼 수도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전 세계 어디든 길은 무수히 많으니까 말이다. 강남 사교육계의 대부라 불리는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이 강조하듯 성장을 멈춘 우리나라에 국한하지 말고 전 세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외침은 많은 공감을 준다.


강남 토박이냐 아니냐를 구분 지으려고 이런 글을 쓴 것은 결코 아니다. 혹시라도 그런 오해를 살 까봐 이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과도한 교육열의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 중 다수는 더 이상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외치고 싶은 것이다.

“그대 그 길을 가지 마오!”



* 그림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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