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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Apr 21. 2024

아이의 사춘기를 맞이하는 엄마의 자세 1

유아기를 회고하자


오늘 하루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명치 언저리에 꽉 누르고 하루를 시작한다.

에어팟을 귀에 끼고 좋아하는 ’ 오피셜히게단디즘‘ 음악을 볼륨 크게 틀었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던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귓가를 때리는 드럼 비트에 까닥까닥 머리를 흔들어 본다. 명치끝에서 꽉 막혀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큰 아이에게 사춘기님이 임하기 시작했다. 만 13세를 앞두고 올게 온 것이다.

둘째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그 님이 조금 더 빨리 오기 시작한 것 같다.

정 반대인 두 아이들의  다채로운 사춘기님의 임재는 나의 40 춘기와 맞물려 양 극단으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손이 많이 가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아이들이 빨리 크기만을 바랬던 것 같다.

나의 자유시간도 갈구했었던 것 같다.

이제 확실히 나의 손은 덜 간다. 그런데 자기들 마음대로다. 하고 싶은 일을 내가 못하게 할 때는 어른인양,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직 아가인양.


‘네~네~ 맞춰드려얍죠!!’

요즘 아이들에게 나의 몸을 한껏 낮췄다.


그나마 아이들이 잠에 들어 있을 때, 잠든 그 얼굴에서 아기 때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때 그 얼굴을 떠올리면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내어 본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참 많았다.

어린아이들을 끌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아이들을 끌고 열심히 다녔다.

언덕의 풀밭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잡으러 다닐 적의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이 기억난다.

철썩거리는 파도 앞에서 모래를 파며 깔깔거리던 아이들, 여름날의 바다내음이 떠오른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을 숲의 낙엽을 밟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좋았다.

눈 덮인 겨울 산을 보면서 “눈이야” 소리치던 아이의 흥분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행복했던 기억들만 묘하게 블렌딩된 아이의 잠든 모습을 보면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코르크마게가 ‘뻥’ 소리를 내며 빠지는 기분이다.


물론 아이들이 깨어나면 다시 전쟁은 시작된다.

오늘도 나의 말은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애써 아이들의 아기 때의 모습을 찾아본다.

저 쏘아보는 듯한 눈빛을 거두면 나의 착하고 순했던 첫째가 숨어있겠지.

저 툭 튀어나온 입을 가리면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둘째가 보이겠지.


이 정도 되니, 학원이고, 공부고,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독서논술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면,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어머니들의 조바심 섞인 질문들을 받는다. 물론 직업상 그런 고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주려고 노력한다.

어머님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나, 솔직한 심정으로 이렇게 한마디만 해 주고 싶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어머니…… ”


그렇다.

아이들이 독립된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나기까지, 공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학원에 보내서 얼마나 하느냐는 더더욱 일 부 중의 일부일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10년 이상 선배맘들이 많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사춘기 자녀를 맞이하는 나에게 한마디만 해 주신다.

“그냥 내버려두어. “

백약이 무효하다는 그들의 체념 섞인 한마디가 요즘 나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에는 매일 코르크마개를 박아놓지 않으면 쏟아지는 잔소리를 어찌할 수 없다. 그럴 때면 다시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아이들의 아기 때 사진들을 열어본다. 아름답게 포장된 기억들로 이 시기를 버텨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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