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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이사한 남편

이사

by 무지개

남편은 예고 없이 하늘로 이사했다.

짐은 하나도 가지고 가지 않은 채,

가슴을 도려낸 듯한 아픔을 경험했다.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필요가 없었던 날들의 연속이 되었다.



나도 이사를 결정했다.

남편의 고향인 시골, 텅 빈 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내 옆에 있을 때는 투덜투덜 불만이 많았던 초라한 시골

외딴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서 들어가 남편의 입장이 되어 보아 살아 보기로 하였다.

이사한 첫날부터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이사를 했는데 들뜨지 않았다. 숨 쉴 때마다 울고 또 울었다.

내가 마약을 먹었나? 생각할 정도로 몸도 피곤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80이길 바랐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집 앞에 서서 바라보니 가로막고 있는 소나무밭이 미웠다.

나는 무작정 낫을 들고 소나무밭으로 들어가 우거진 커다란 풀들을 베기 시작했다.

끝 겨울이었지만, 추운지 모르고 새벽부터 해가 지는지, 시간이 가는지, 감각이 없이

풀을 베었다.

다음날은 몸에서 신호가 왔다. 몸에 열이 나고 배도 고팠다. 밥도 먹고 병원도 다녀왔다.

정신도 돌아왔다. 오백 평 이 조금 안 되는 밭을 혼자서 풀을 베었었던 것이었다.



다음날 또 밭을 바라보니 소나무가 들쑥날쑥 미웠었다.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지금의 현실이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기계의 힘을 빌렸다.

포클레인 불러서 소나무를 모두 캐내도록 하였다. 집 앞이 환해졌다.

소나무는 남편이 우리의 노후를 위해 심어 놓았던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아니라 나 혼자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보였다.



나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지런한 남편을 만나 동행 속에서 행동을 닮아 가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은 정이 많아 사람을 좋아해 늘 사람들을 초대하여 시골집에서 고기 파티를 자주 했었다.

자신의 정을 남에게 주는 걸 아까워하지 않고 취미로 지은 농산물 주는 것도 좋아했었다.

나도 그런 남편을 지금은 닮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시골은 밤이 도시보다는 캄캄하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혼자서 무섭지 않아요?”

우리는 앞일을 모른다. 나도 그러했으니 젊을 때 혼자가 되니 인생을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짐을 버리는 법을 배웠다. 어느날 나도 이사를 할 날이 오겠지...


남편은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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