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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열차 타는 날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무궁화호 기차를 오랜만에 탔습니다.


어린 시절 외갓집을 갈 때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던 코스모스가 기억납니다.


KTX가 처음 나왔을 땐 넓고 쾌적했지만 이젠 평범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궁화호는 낡아갑니다.


무궁화호를 예약했습니다.

왜 운임이 싼 거지? 하고 다시 보니 KTX가 아닙니다.

호실을 찾던 중에 입구 위에 호실 번호가 손으로 써져 있습니다.


명절마다 예매 시 KTX가 많았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올해 무궁화호가 많이 보였던 건 기분 탓이겠죠.


전 짧은 거리를 탑니다.

시간은 비슷한데 요금이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일 년에 두 번 기차를 타는 일은 설렙니다.

기차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새로운 세상에 닿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막상 열차에 앉으면 곧 잠이 옵니다.


중간에 내려야 하기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타는 사람이 있겠지요.

졸리면 쿨쿨 잘 수 있는.


끝에서 끝으로 가본 적이 오래되었습니다.

한참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더 달려야 하는.


철로를 달리는 소음과 몸의 기분 좋은 흔들림.

그리고 지루함과 허리통증.


명절이라 열차를 타본 덕분에 기차여행을 떠올립니다.

설날이라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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