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지혜 주머니를 현명하게 풀어야 합니다

중년인간이야기

by 생각하는 프니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얼른 다시 들어가 가지고 나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빠듯할 때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는 대신 시간에 맞추려면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두고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한두 시간 외출할 때도 스마트폰을 없이 나가면 불안합니다.

딱히 연락 올 때도 없습니다.

혹여 오더라도 바로 답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손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시련을 견디고 나면 회복탄력성이 생긴다.


삶의 투쟁은 확장기와 같은 역할을 해서,

한 사람이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

즉 인내의 창을 키워준다."

(<마음정렬> 전자책 p743, 사라 워터스 지음, 신예경 옮김, RHK)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 인내의 창이 커지고 넓어질까요?


오히려 정반대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인내의 창은 점점 작아지고 기다림은 짜증과 분노를 부릅니다.


시련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살아봐서 압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해 낸 경험을 통해 회복탄력성이 생깁니다.

아울러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돌아보며 나만의 지혜가 쌓입니다.


지혜주머니 하나쯤 다들 가지고 있으시죠?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내 지혜주머니를 너무 확신한 나머지 상대의 그것을 폄하하는 일입니다.

'난 절대 그러지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람들과 부딪히면 확신과 확신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중한 신념을 타인도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상관없는, 지나가는 제삼자가 보기에 별것 없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언성 높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게 뭔 상관?'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갑니다.


세상 모든 일을 다 경험해 볼 순 없습니다.

내 경험이 타인의 경험과 완전히 같을 수도 없습니다.

성공한 사례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한적인 경험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말도 안 돼'

쉽게 단정 지을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잘 알지 못하는 거, 처음 듣는 거, 믿기 힘든 거.

굳이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없다고 단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은 기다리면 됩니다.

확인 될 때까지.


하지만 인내심이 없습니다.


기다리는 대신 이것 저것 고것 그것까지, 알고 있고 들은 것을 총동원해 훈수를 둡니다.

남의 일이라 쉽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말고는 없어.'

나름 확답(?)까지 내려줍니다.

틀려도 내 일이 아니니 상관없겠지요.


시련을 견뎌내는 능력, 인내의 창에 대해 생각합니다.

정말 나이 들어가면서 인내력이 올라가나요?


반대입니다.

참지 않습니다.

지혜 주머니를 가진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습니다.


처음 한 두 마디 듣자마자 어떤 상황인지 혼자 넘겨짚고 바로 지혜주머니를 열어 버립니다.


상대가 필요한 조언이나 충고가 맞는지 확인도 않습니다.


그래서 꼰대가 되나 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중년의 삶은 현명하고 지혜롭기를 바랍니다.

지혜 주머니를 풀기 전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대의 사정을 헤아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