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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합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커다란 벚꽃 나무 아래 서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파란 물결의 틈새가 한 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하얀 꽃송이들로 머리 위를 한가득 채웁니다.

송이송이 매달린 꽃송이가 끝까지 빼곡히 들어차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가 머리끝에 살짝 닿을락 말락 합니다.


커다란 솜이불 아래 포근히 둘러싸인 느낌이랄까요.

살랑거리는 연약한 바람에도 꽃비가 펄펄 휘날립니다.


작년에도 보고, 재작년에도 봤던 벚꽃이지만 유난하게 느껴집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편안하게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별다를 것 있겠냐 싶겠지만 비 한번 오고 나면 우수수 사라지고 말 아름다움임을 알기에 더 애틋합니다.

피고 지는 게 자연이 이치고, 대세는 거스를 수 없습니다.


마치 우리의 지나간 청춘처럼 말이죠.

대책 없이 계속 젊을 거라 믿었습니다.

나이 든 나의 모습은 먼 훗날일 거라 믿었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면 또 어느새 노년의 나이가 되어 있겠지요.

중년의 깨달음은 긴박합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보고 가자.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


'놓치고 지난 건 언젠가 나중에 볼 날이 오겠지!' 하지만 아닙니다.

다시 볼 날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날이 오면 그 날 봐야 할 새로운 것이 또 생기기 때문이죠.


봐야 될 게 있다면 지금 봐야 합니다.

즐길 것은 지금 즐기고, 그때가 되면 그때 재미난 걸 또 즐기면 됩니다.

봄의 흔적을 열심히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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