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순간은 지루한데 하루는 금방입니다.
시간의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가장 좋아하는 고요한 새벽 시간은 잠깐입니다.
해가 뜨면 일상의 소음이 바쁜 하루를 재촉합니다.
초침은 분명 같은 간격으로 같은 속도로 흐를 테지만 마음은 천차만별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하루와 여행지에서 보내는 하루가 다르게 기억되는 이유는 시간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지독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경험은 하나로 묶는 범주화가 뛰어납니다.
그제와 어제가 같은 일상이면 하나로 묶어버립니다.
일주일, 한 달이 별 특징 없는 평범한 날들로 기억된다면 습관화된 일상을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일상을 돌이켜보니 그날이 그날 같은 밋밋한 시간들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하나의 범주로 뭉뚱그려 묶어낸다는 건 매우 아까운 일입니다.
일상의 같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쇼핑을 하고 취미에 빠지고 스포츠를 즐기는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서든 같음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죠.
신이 인간에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기쁨, 환희, 즐거움, 유쾌, 상쾌, 행복, 보람, 재미, 흥미, 아름다움, 만족.
마음이 일으키는 감정 맥락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 생각하지만 오산입니다.
즐기는 때를 따로 값을 매겨놓지 않았습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여행이 참 좋겠습니다만 그럴 수 없다면 계절이 주는 화사한 봄날을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길 따라 피어나는 빨강, 분홍, 하양 철쭉을 보면 절로 미소 짓게 됩니다.
시간의 밀도를 촘촘하게 엮어내는 일상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