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봄을 주제로 한 한시에는 유독 봄이 가는 슬픔, 꽃이 지는 슬픔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이십 대의 나는 그런 정서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대학 시절 주로 명품으로만 선별해서 당송시를 배웠던 그때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중 강경희, 포레스트북스)
분홍 동백이 활짝 펴 있는 곁을 지날 때였습니다.
'갖고 싶다'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송이를 소유하고픈 마음이 불쑥 올라옵니다.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든 건지 스스로 의아합니다.
오늘 지나면 갈빛으로 변해 시들어 떨어질 텐데 말이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리석게도 그 아름다움을 오래 갖고 싶습니다.
곧 질 걸 알기에 좀 더 오래 보고 싶습니다.
떨어져 사라질 꽃이 슬픕니다.
"봄이 가고, 꽃이 시드는 그 풍경이 우리 인생에도 펼쳐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
꽃을 설워하는 것이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애도임을...
(같은 책)
동백이 한창일 때 제 마음에 일어난 현상을 적확하게 설명한 글입니다.
중년이 되면서 유난히 봄을 기다리고 꽃을 즐겨야 한다고 외칩니다.
지는 꽃이 아쉬워 그 다음 필 꽃을 계속 찾아다닙니다.
오늘도 늦게 핀 분홍 철쭉과 빨간 장미와 하얀 찔레꽃을 발견하고 좋아했습니다.
봄 가는 길 늦추고 싶을 만큼 꽃피는 길을 따라나섭니다.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는 걸 보며 '봄이 가야 할 이유'가 있겠지 싶습니다.
"낙화는 무성한 녹음으로 가기 위한 과정...
... 봄나무와 결별하고 여름 나무가 된다.
과거의 자기는 죽고 새로운 자기로 다시 태어나는 바로 그 지점에 낙화가 있다."
(같은 책 p244)
동백의 아름다움을 알기에 낙화를 아쉬워하지만, 또한 같은 이유로 내년 봄이 오면 동백꽃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