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도 나쁘지 않아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철쭉이 끝나고 장미가 피는 계절입니다.

다른 꽃들 다 지고 난 한 구석에 늦게 핀 철쭉 두 송이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유난히 시선을 끄는 조그만 꽃을 보며 속으로 '아, 귀엽다!'연발합니다.


"저 꽃이 느꼈을 조바심은 알 수 없지만, 남들과 같지 않아서 다른 어떤 꽃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인생에 어떤 타이밍을 지키지 못해 큰일 나는 것이 아니고, 때론 남들과 다른 타이밍으로 인해 눈길을 받고 기회가 열릴 수도 있는 거죠."

(<<인생의 해상도>> 중 p156-158, 유병욱, RHK)


책을 읽다 늦게 핀 철쭉 사진을 보며 제 경험과 똑같은 상황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그 사진 밑에 <지각생>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2024년 11월에 출간된 책이니 작년이나 아니면 그 이전에 찍힌 사진이겠지요.


굳이 철쭉이 아니라도 유난히 꽃이 만발하는 봄에 흔치 않은 풍경입니다.

땅에 떨어진 꽃잎마저 으스러진 후에야 뒤늦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 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대견해서.


이름을 붙일 생각까지는 못했습니다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지각생'이란 멋들어진 사진을 찍고 덧붙여 말합니다.


"지각도 나쁘지 않아"

(같은 책 p158)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지각'이란 말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 열심히 내달렸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지각은 나쁜 거죠.

꽃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입니다.

인생 2막의 중년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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