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삶의 편리이자 쓸쓸함의 원인입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가을의 센티멘털한 기분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온종일 둘러봐도 흔한 들꽃 하나 만나기 힘듭니다. 오직 바싹하게 마른 채 바람에 부대끼는 낙엽더미만 있습니다. 어쩌나 만난 쑥부쟁이는 연한 가시 같은 꽃잎이 몇 개 빠져 있어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비를 몇 방울 맞은 건지 바람에 휘날리나 부딪힌 건지. 그래도 남은 꽃잎들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서늘한'이 아니라 '추운' 날이어서 당황했습니다. '가을이다!' 했지만 여전히 덥길래 계속 더울 줄 알았습니다. 갑자기, 어느 순간에 기온이 쑥 내렸습니다. 매년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매년 놀랍니다. 망각은 삶의 편리이면서 동시에 쓸쓸함의 원인입니다.


가을이 되면 트렌치코트를 입고 낙엽 위를 걸어야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적당한 낙엽이 넓게 쌓인 완벽한 장소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 비슷한 곳에서라도 멋진 사진 한 장 남겨두는 추억 만들기가 필요합니다. 오늘이 가장 젊다는 것은 하루의 활기를 채우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한 가장 슬픈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 가을은 가장 멋진 모습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