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글쓰기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 치유에 이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 모든 경험이 모여 지금의 자신이 되었음을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삶의 통일성과 새로운 정체성이 구축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치유적 글쓰기는 표현을 넘어 창조로 넘어가게 된다."
(<<감정을 마주하면 길이 보인다>> 문요한 지음, 서스테인)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많이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은 있습니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금명이 도시락 반찬통에는 맛있게 튀긴 돈가스가 들어있습니다. 반면에 은명이의 밥상에는 먹던 반찬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자기도 새로 튀긴 돈가스를 달라고 하지만 누나가 시험기간이니까라며 안 해줍니다. 그러자 은명이가 도시락통에 있는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콱콱 찍어서 입에다 쑤셔 넣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 가슴에 상처가 되었던 추억은 잘 잊히지도 않을뿐더러 감정적으로 고착됩니다. 단순히 반찬 하나 못 먹은 것 때문이 아닙니다. 자신이 덜 사랑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입니다.
잊히지 않는 기억 속 앙금은 의외로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허기와 배고픔, 혹은 집착입니다. 감정적 상처를 억누르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사람은 중독에 빠지거나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합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창조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내면에 자신만의 성을 구축한 사람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삶을 풍성하게 가꿔나갑니다.
우리는 안 좋은 기억은 애써 잊으려 합니다. 긍정론자가 되기 위해서죠.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면 그것은 해결해야 할 오래 묵은 감정적 문제입니다.
시간을 내서 그 추억과 맞닥뜨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잘 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감정들을 채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