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 프니 Nov 28. 2024

중년부터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부모 세대의 옛날이야기가 재밌는 시간이 얼마정도 될까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결혼한 이야기, 자녀가 태어나고 힘들게 고생한 이야기를 얼마 동안 들을 수 있을까요?

한 5분?

목적 없이 듣다 보면 지루함에 몸을 배배 꼬지 않을까요?

딴생각을 하거나.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열거하자면 골동품 가게의 진열대에 올려진 먼지 쌓인 상품이다.


나름대로 이야깃거리가 있고, 추억이 있고, 놀랄만한 반전과 위험을 헤쳐온 생생한 목격담이 가득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겨움밖에 남는 게 없는 싸구려 동화책이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중 p56-57,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포레스트북스)


동시대를 살아낸 또래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마치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로 시작하는 전래동화만큼 멀게 느껴집니다.


내 스토리와 추억이 힘을 낼 수 있으려면 같은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라야 합니다.


지금의 중년은 세기말의 화려함과 IMF의 절망을 보고 자랐습니다.

2002 월드컵 축제와 카드 대란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불안을 연달아 겪었습니다.

세상이 뒤바뀔 만큼 큰 변화에 어리둥절한 채 생존해야 했습니다.

 

생존의 기록은 아무리 재미있고 스펙터클해도 모두가 공감할 순 없습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낸 또래 언저리 선 사람들만이 맞장구칠 수 있습니다.


중년에 이르러 인생이란 태양이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

골동품 가게에 진열된 상품에 먼지를 떨어내고, 싸구려 동화책에 들어갈 이야기라도 직접 써봐야 합니다.


그나마 같은 세대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 말이죠.

지금 말고 나중에,라고 하면 그때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중년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삶을 지탱하는 작은 위안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