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중년이다 순수의 시대를 마감하는 세대
중년인간 이야기
만화나 영화 보면 주먹으로 배를 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상의 액션이 주는 묘미라고나 할까요?
다음 장면에서 맞은 사람이 아무 소리도 못 내고 털썩 앉으며 엎어집니다.
의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할 순 없지만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춥니다.
숨을 쉴 수 없으니까요.
계단식 농업 아시나요?
주로 산 중턱에 논이 있으면 계단식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새참을 이고 가는 고모를 따라갑니다.
알다시피 논과 논의 높이가 아이에겐 꽤 깁니다.
뒤따라가던 제가 아래로 툭 떨어집니다.
물이 넘쳐 작물을 망치지 않게 좁은 도랑을 파는데요.
그 흙벽에 배를 부딪혔습니다.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습니다.
입에선 영화 속 파충류 괴물이 낼 것 같은 이상한 소리만 나옵니다.
숨 쉬어지지 않는 고통으로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있었습니다.
다행히 숨은 돌아왔고 별일 없이 지났습니다.
40대가 되도록 아직 기억하는 걸 보면 꽤 인상 깊었던 모양입니다.
특정 시기에 뚜렷이 각인된 기억은 지나고 보면 추억입니다.
추억은 돌아갈 수 없는 젊음과 동의어입니다.
눈물 펑펑 쏟아내며 머리통 쥐어뜯을 만큼은 아니지만 가슴 한편이 묵직한 슬픔으로 아려옵니다.
그 시기에 어떤 아픔을 견디어 냈고, 어떤 슬픔을 지나왔는지 기억합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냅니다.
어쩌면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순수의 시대가 아니었을까요?
MZ세대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이,
변방으로 밀려난 40대의 감성을 떠올립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나 말고도 다들 그런 줄 알았습니다.
사는 게 원래 그렇다 하니까요.
분명 지금의 40대도 20대에 목소리 높여 세상을 변화시킨 일들이 있었을 겁니다.
아무도 알아주진 않겠지만.
꼰대라고, 어쩔 티비라고 밀어대고 밀려나지만,
우리의 감성만은 가슴속에 품고 싶습니다.
어쩌면 순수의 시대를 마감하는 세대는 지금의 40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4차, 5차 산업혁명이 지나가는 사이, 시대의 순수도 변하겠지요.
못난 것이 아니고, 촌스런 것이 아니고 버려야 할 것이 아닙니다.
삶을 지탱하며 같이 안고 가야 할 소중한 감성입니다.
중년의 순수 감성을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