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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와 가르마 사이

냉이꽃 당신2

탈모와 가르마 사이


우재(愚齋) 박종익


거울 앞에서 빗질하다가
머리칼 사이로 새 길을 냈다
가만히 드러난 오솔길에
잡풀들이 아무렇게나 엉켜 있다
한없이 여위어 가는 머리칼은
그대로 쑥스러운 숲이다
내가 잠에서 깨일 때마다
한 움큼 뽑혀 나오는

나무와 새들의 울음 소리
날마다 다짐하고도
이별인 줄 모르고 떠나가는 나뭇잎들에
다시 손 내밀어 보지만
아쉬움에 가슴만 더 아득해진다
거울 앞에서 가르마 타던
더는 부끄럽지 않을
나의 위대한 속살을 위하여
어제는 왼쪽에서
오늘은 오른쪽에서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민둥산에
그리워라, 나의 검은 잎사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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