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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경

냉이꽃 당신2

달구경


우재(愚齋) 박종익


아내의 몸에 달이 떴다
종횡무진 나이테를 그리며 가지를 내더니
감꽃을 피웠다
이따금 아내의 몸에서 저녁별이 뜨고
구름이 서성이다 갔다
그런 날 밤에는
굵은 가지를 부둥켜안고 돌아가던 물레 울음

마침내 아내는 구름 항아리가 되었다
늘 아내가 서 있던 자리에
달도 아니고 항아리도 아닌 둥근 운무,
손을 휘저어 봐도 잡히지 않고
구름송이로 떠다니곤 했다
생은 어쩌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
백 년 묵은 달항아리가 둥실 피어오른 저녁,
앞산이 검은 속살을 벗어 보일 참이다
그런 날에는 아내의 몸에 보름달이 차오를 것이다

달은 떠오르고 기우는 게 아니라
꽃으로 피었다 돌아가는 것,
나도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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