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우재(愚齋) 박종익
국가 유공자와 별 관련도 없는
오랜 벗이 삼일절에 세상을 떠났다
눈비 맞고 걸어 봐야 웃음도 나오고
그렁그렁 눈물샘 차오른다던 그가
민들레도 질경이도, 벚꽃은
더더욱 못 되고
꽃봉오리 같은 처자식 남겨 놓고
끝내 봄을 놓치고 말았다
꽃은 피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숨 쉬고 있어 아름답다
나중에 어떤 꽃으로 이름을 얻어
다시 살아온다고 해도
저마다 나름 성공한 생이다
살아남은 자에게 봄은
오는 것도 아니고 보내는 것도 아니다
힘들어도 어디에도 혼자 가는 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