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우재(愚齋) 박종익
문방구 앞 바리스타 손에서
납작 눌려 나온 퍼즐 한 장 받아 들고
숙제를 한다
침 바른 손끝에서 아슬하게 풀려나오는
유폐된 어느 종족의 좌표를 따라가면
허공에 주렁주렁 박제된
거대한 사탕과자가 주인을 기다린다
둥그런 공명판에 갇힌
철통 같은 암호를 조금씩 해독하며
전리품에 달콤한 입맞춤을 시도하다가
빈털터리가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내 혓바닥은 달고나 국자에 찰싹 붙어 있었다
대문을 두드릴 때까지는 몰랐다
된장국 푸던 국자를 태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검은 화석으로 위장한 국자가
엄마 손에서 춤을 출 때 그제사 알았다
내가 미쳐 버리고 오지 못한 것은
달고나가 아니라 마음을 졸이던
까맣게 타버린 흔적이었다
간혹 국 맛을 잃어버린 국자를 보면
달고나와 엄마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