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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관

이발관


우재(愚齋) 박종익


명화를 닮으려고 애쓰고 있는 저 그림을 보면

머리가 근질거린다

금방이라도 바리깡이 딸깍거리고

사각사각 풀 깎는 소리 들릴 것만 같다

팅팅 쇠 빚 부딪치는 소리에

파편이 한껏 뛰어오르고

가죽띠 위에서 춤을 추다가

다이얼 비누 거품 묻힌 붓이 밑그림을 그리면

석 달 만에 찾아온 손님을 무장해제 시키며

얼굴 조각을 시작한다

귀지 파는 소리에

허벅지가 간지러움에 웃고

빨가벗긴 머리 위로 물 조루가 춤춘다

꽃무늬로 위장한 깨진 유리창 너머에

졸고 있고 새마을 자전거

종일 바퀴를 따라다니던 그림자가

피식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다 그림 한 점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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