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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꽃

시가 있는 풍경

노을꽃


우재(愚齋) 박종익


종일 먹어도 배 고파서

오솔길을 삭둑 베어 먹은 산허리

찔레 덤불 같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감꽃이 피어나면

가정방문 소문에 난리 난 사람들

잘 지은 고두밥으로 막걸리 빚어내고

옹기 뚜껑 박차고 나온 시큼한 냄새에

비틀거리는 머위나물 춤사위

얼큰하게 익은 콧잔등 앞세우고

철쭉꽃 가득 핀 산마루에

발그레 한참을 물들이시다가

꽃구름 몇 송이 꺽어다가

하늘 귀에 걸어 놓고 가시던

우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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