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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문턱

냉이꽃 당신당신

하얀 문턱


우재(愚齋) 박종익


나는 흰 것만 보면 취한다

손끝에 닿은 마시멜로는

솜사탕 구름을 녹여 혀끝에 번지고

눈송이들은 연잎처럼 차곡차곡

내 몸 속에 쌓인다

막걸리 한 사발에 녹아든

아직도 덜 익은 이름 하나가

하얀 꽃구름 뒤집어쓴

이팝나무 아래서 가물가물 흔들거린다

눈으로 스며들고, 입술에 머무는

흰 것들은 모두 내 안에서

바다로 출렁인다

어쩌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젖무덤 옆에서

하얀 맛에 취해

그때부터였을까

흰 것만 보면 나는 조용히

우주의 문틈 사이로 스며들고

깊은 어둠 속으로

보이지 않는 별빛들 하얗게

천천히 부서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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