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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튤라의 사랑

냉이꽃 당신

타란튤라의 사랑

- 사랑은 본능인가 선택인가


우재(愚齋) 박종익


외로움은 있어도 괴로움이 없다

숨 막히는 사랑,눌린 불안감이
이별의 통증을 느리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갈대숲을 지나
오솔길 건너 모래 언덕 넘어
막장 어둠 속에 표류하는

거미의 열정은
사랑의 최면에서 깨어나기 전에 읽는
목숨 건 삼류 소설이다
이별이 늦어지면 시작되는 비극
그저 왔다가 붙잡히기 전에 떠나는
고작 거미줄에 걸려든 간지러운 사랑이
새하얀 말이라는 것을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은 알고 있을까
서둘러 떠나야 하는 운명을
끈적이는 거미줄로 얼기설기 옭아매어
환각에서 깨어나지 않길 간절하게 기도하는,
저 가녀린 좌표는 사랑의 궁리
사랑이 사랑을 잡아먹는
단 한 번의 사랑도 성공한 사랑이라며,

포만의 시간이 깨어나기 전에

한 시절을 가슴에 품고

스텝의 건조한 태양 아래 새긴

사랑의 발자국

오로지 한 번의 사랑을 위해서

스스로를 잡아먹는 길을 선택한

목숨을 건
우아한 사랑의 포식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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