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바닥

《수평선에 새긴 이름》

파도의 바닥


우재(愚齋) 박종익


바다의 깊이는

가닿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빛이 기울어 가는 곳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하늘을 등지고

자기 안의 어둠을 더듬는 일


파도가 내 입술을 훔치고

목구멍을 지나

미처 뱉어내지 못한

속엣말까지 스며들 때

바다는

내 깊이를 가늠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저 바다를 삼켜도

끝내

속을 보이지 않을 작정이었을까


저 바다의 속과

내 속은

끝내 서로를 밝히지 못한 채

아득하게 깊고 멀다는

풍문만

물결처럼 번질 뿐

찻잔 속의 태풍은

아직도 불어오지 않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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