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의 문장

《수평선에 새긴 이름》

바지락의 문장


우재(愚齋) 박종익


바다는 낮은 숨결로

갯벌의 말을 되새긴다

갯바람을 따라 목소리가 눕고

파도가 젖은 귀를 적신다


갈쿠리로 갯벌의 문장을 긁으면

바지락들의 입맞춤이

갯벌의 심장을 두드린다


냄비 속에서 바다가 끓는다

바지락이 풀어 놓은 갯바람이

싱거운 세상의 간을 맞추고

푸른 파와 붉은 고추 향이

천천히 저녁을 데운다


바다를 퍼올려

한 숟가락 마시면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삼키는 것은

맛이 아니라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의

오랜 떨림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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