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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재 박종익 Mar 11. 2024

콩밭 매는 아낙네

콩밭 매는 아낙네


                                    우재(愚齋) 박종익


어머니는 평생 호미를 들고

뒷산 비탈길 자갈밭으로 가신다

호미질 한 번 할 때마다

아들도 심고 딸도 심어 보고

손주까지 반평생을 호미를 들고 사셨다

그 정도 경력이면

텔레비전의 '생활의 달인' 편에 나옴직도 한데

힘을 내려 해도 굽어진 허리는

호미 허리가 되어 펴지도 쉬지도 못한다

보릿고개 넘길 때는 지아비도 심고

시부모도 심고 손이 부르트도록 심었는데

이제는 이 한 몸 거느리기도 힘이 드니

더는 욕심이라니

잡풀이 무성해진 콩밭에서

어머니의 가늘어진 하얀 숨소리가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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