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아낙네
우재(愚齋) 박종익
어머니는 평생 호미를 들고
뒷산 비탈길 자갈밭으로 가신다
호미질 한 번 할 때마다
아들도 심고 딸도 심어 보고
손주까지 반평생을 호미를 들고 사셨다
그 정도 경력이면
텔레비전의 '생활의 달인' 편에 나옴직도 한데
힘을 내려 해도 굽어진 허리는
호미 허리가 되어 펴지도 쉬지도 못한다
보릿고개 넘길 때는 지아비도 심고
시부모도 심고 손이 부르트도록 심었는데
이제는 이 한 몸 거느리기도 힘이 드니
더는 욕심이라니
잡풀이 무성해진 콩밭에서
어머니의 가늘어진 하얀 숨소리가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