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우재(愚齋) 박종익
엄마는 고무신이다
막냇동생 태어나던 날
내 첫사랑의 방향을 막무가내로 틀어버리시고
기어코 신발을 거꾸로 신어 버린 엄마
어른이 되고서도 어머니의 방문 앞에서
꽃고무신을 들고 서성이던
내 어린 날의 상처
내가 찾던 고무신은 보이지 않고
저녁 길에서 들어보는 발소리
해가 갈수록 가늘어져 간다
첫사랑 그녀는 아직도
내 발길의 방향을 모른다
오래된 첫사랑을 왼손에 들고
이따금 내가 병원을 찾는 날이면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유물로 발굴되는 고무신,
오늘은 내가 그녀의 고무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