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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재 박종익 Mar 25. 2024

등이 굽다

냉이꽃 당신

등이 굽다


                                    우재(愚齋) 박종익


등이 굽었다, 굽어도 한참 굽었다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구부러진다
먹구름이 빗방울을 둥글게 말아 올리려고
무지개를 찾아
울먹울먹 하늘을 떠돌기도 한다
오늘 아침 나는 부러지고 꺾이지 않으려고
뻣뻣한 몸을 둥글게 휘어본다
굽고 또 굽다 보면
저 낙락장송처럼 용수철 허리로
천 년을 더 살지도 모를 일이다
꺾이지 않을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바삐 걸어왔을 고단함의 무게가
더는 꺾이지 않을 꿋꿋한 어머니의 세월로
느릿느릿하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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